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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어느 일요일

여름 햇살이 즐겁게 머뭇거리는 아담한 공원

나는 호랑나비가 되어 춤을 춘다

웅웅거리는 벌을 따라 바이올린을 켜다 구부정하고

꽃들에입맞춤 한다

육중한 가슴의 통증이 가벼이 흰 구름 속을 뚫는다

둥글고 푸른 매끄럽게 자라는 감들

햇빛이 감잎의 뒷면에 내리 쬐면 앞면이 달려와 재빨리 훔친다

꽃 무더기를 빼앗기지 않으려 바람의 울대를 잡고 물구나무를 서 본다

눈물의 아름다움이 꽃잎에서 떨어진다

새가 되어 새와 함께 노래 부른다 얼핏 꿈을 가로지르는 산들바람

4계절 수목들의 예를 갖춘 숨소리 들으며

꽃들의 새빨간 목에 한 줌의 고요를 매단다

삶의 마디 마디에 그대 모습은 아련하고 그대들의 말들은 이해하지

못한 채 우리 모두 시간의 제왕 앞에고개 떨구는몸이 되어

한 가닥 바람에 붙잡힌 소매의 펄럭임은 작열하는 태양 아래

빛이고 먼지이고 고함이고 기쁨이다

하늘과 땅을 흥분시키는 황혼 내 발자국마저도 흥분시킨다

아우성에 놀란 내 상념들

그들의 화폭 속에 잠시라도 들어갈 수 없을까


정숙자 / 시인·아스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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