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같은 등산길 지나니 가파른 돌산이…
세계 3대 트레일 존 뮤어 여행기 <2>
6시간 동안 헤매다 2팀 조우
편한 침대·화장실 생각 절실

길을 잘못 들어 돌멩이로 덮인 돌산을 오르고 있다. 높이 솟은 봉우리가 배너 피크. 사진제공=이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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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등산 끝에 마주친 케세린 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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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전 아일랜드 야영장서 함께 한 대원들.
배도 고프고 해서 일단 개울가로 철수해서 이영근을 기다리기로 했다. 개울가에 내려와서 발도 씻고 라면도 끓여 먹고 사람도 없고 한적한 곳이라 화장실도 가고 했다. 한쪽에 돌무덤 같은 것이 있어 표시판을 읽어보니 1943년에 앞에 보이는 배너 봉우리 등반 중 추락사한 2명의 무덤이었다. 먼저 올라간 이영근이 혹시나 넘어져 다쳤으면 어떡하나 걱정을 하며 2시간을 기다렸다. 사진 찍으러 간 3명도 안 내려오고, 다시 올라가서 찾기엔 우리도 기진맥진한 상태라 엄두를 못 내고 하염없이 기다렸다. 한참 후에 멀리 산등선에 한 사람이 내려오는데 이영근이었다. 무사히 내려온 것이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더니 매번 지도 공부하고 연구하는 분이 어쩌다 지도를 거꾸로 읽어 우리 일행을 고생시켰는지 은근히 화도 났고 하루 일정을 당겨서 2박 3일에 요세미티에 도착한다는 계획도 물 건너 간 것이 아쉬웠다.
오던 길을 거꾸로 다시 2시간을 내려가며 2팀을 만나 같이 야영하고 저녁 먹는 길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운 좋게 호수가 입구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 준비하는 2팀을 만나게 돼 반가움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아침부터 무려 6시간을 10마일가량 헤매다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2팀도 우리와 같이 조금 더 따라오다가 호숫가에서 낚시도 하고 수영을 했다고 한다. 마침 지나가는 등산객에게 JMT을 물어서 우리가 모두 길을 잘못 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니 천만다행이었다. 텐트를 치고 야영 준비를 하는데 또 지나가던 등산객이 여기선 캠핑하면 안 된다고 한마디 한다. 어디를 가나 시민의식이 투철한 미국인을 꼭 만나게 된다. 마침 지나가던 파크 레인저가 오더니 여기서는 안 되고 위로 1마일 올라가서 야영하라면서 트레일 허가증을 보자고 했다. 이어 캠핑 시 주의점과 곰통이 있는지 확인했다. 한국에선 곰통이 뭔지도 몰랐는데 나도 처음 보고 사온 작은 곰통을 보여줬다.
다시 텐트를 접고 1마일을 올라가 산등성 위에 야영하던 자리를 찾아서 호수 경치를 바라보며 텐트를 쳤다. 즉시 낚시를 시작하고 저녁 준비도 했다. 역시 우리 팀의 강태공이 잡아 온 사이즈가 조금 작은 무지개송어를 이번엔 기름에 튀겨 한점씩 맛봤다. 저녁은 누룽지와 된장찌개, 밑반찬으로 했다. 그날 저녁의 화제는 이영근의 고집이었다. 혼자서 2시간을 더 등산해 아무도 못 가보는, 한인으론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은 고개를 넘어 당도한 케세린 레이크의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을 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놀리면서 앞으로 죽을 때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한마디 거들었다.
이제 하루만 더 야영하면 된다. 세수도 샤워도 제대로 못해 빨리 집에 가서 편한 침대와 화장실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3일째는 정말 힘든 산행이 남았다. 이틀째 한 시간만 걷고 놀았으니 오늘은 큰 고개를 2개 넘어야 한다. 아일랜드 패스(3110m)와 도나휴 패스(3370m)를 넘어야 3일 밤 야영지에 도착할 수 있다.
여전히 성질 급한 내가 먼저 걷고 이번에는 강원도 출신 한국 스키 대표선수로 활동한 최진희가 1팀에 합류하고 사진 찍는 것이 취미인 이영근은 2팀에 합류해서 작품 사진을 촬영하며 천천히 따라오기로 했다. 아일랜드 고갯길은 작은 호수도 많고 나무도 있고 주변에 개울이 많아 천국의 등산길이었다. 2팀을 기다리면서 점심으로 라면도 끓여 먹고 물에 들어가서 발도 담그고 놀다가 2팀에 자리를 양보하고 마지막 남은 깔딱 고개 도나휴고갯길을 향해서 걸었다. 이 고갯길은 황량하고 옆 산에서 떨어진 돌멩이로덮인 등산길이다. 나무도 없고 그늘도 없어서 덥고 땀만 쏟아지는 어려운 힘든 고갯길이다. 반대편에서 내려오던 등산객 한명을 만나 우리가 가야 하는 깔딱고개 길이 어느 등선이냐고 했더니 오른쪽 아주 가파른등선을 가르쳐주었다. 속으론 ‘왼쪽 등선이 좀 올라가기가 쉬운데 JMT 만든 사람이 미쳤구나’ 생각하며 고갯길을 향해서 다시 힘을 내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계속>
글=하기환
정리=박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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