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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팬데믹 시대, 공연예술의 생존법

2016년 7월.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휴양도시, 타오르미나의 테아트로 델 안티코(안티코 극장). 현존하는 고대 그리스식 극장 중에 가장 원형에 가깝게 보존돼 있다는 이곳은 타우로산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남서쪽으로는 에트나산의 웅장한 모습이 보이고, 절벽 너머에는 푸른색 바다가 펼쳐진다.

그해 타오르미나 오페라 축제의 10주년 기념 개막작으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이 공연됐다. 동양인 최초로 이 오페라의 타이틀 역인 초초산을 맡게 됐다. 이탈리아 데뷔 무대이기도 했다.

성악가에게 이탈리아 대뷔 무대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타오르미나 오페라 축제가 더욱 기억에 남는 이유는 따로 있다. 눈앞의 관객들과 카메라 렌즈 너머 나를 바라보는 관객들 때문이다. 오페라 ‘나비부인’은 공연 첫날 유럽 주요 도시로 동시에 송출됐다. 물론 영화관을 찾은 유료 관객에게 말이다.

필자가 출연한 ‘나비부인’은 유니텔(UNITEL)과 이탈리아 국영TV인 RAI의 협업으로 진행됐던 몬도비지오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4K 해상도의 3D 영상으로 제작됐다. 5년 전 공연 당일 오후 9시 30분 유럽 약 30개국, 200여 극장에서 동시 상영됐다.

흔히 이탈리아 야외 오페라 페스티벌 하면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을 떠올린다. 하지만 타오르미나 오페라 페스티벌은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오페라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 유일하게 세계 주요 도시의 상업영화 극장으로 생중계되는 야외 오페라 페스티벌이다.

타오르미나 오페라 페스티벌은 어떻게 현장공연을 영상화하면서 발전할 수 있었을까. 우리나라에서 오페라 공연을 방송한다는 것은 방송사의 심야 시간대에 제공하는 클래식 프로그램을 위한 것이 대부분이다. 방송 프로그램이라고는 하지만 촬영팀이 제한된 장소에서 최대한 티가 나지 않게 촬영한다.

하지만 애초에 기획단계부터 현장을 찾은 관객들과 렌즈 너머의 유료 관객까지 겨냥한 타오르미나 오페라 페스티벌은 처음부터 접근 방식이 달랐다. 연출자와 촬영감독이 리허설을 함께 진행하고 최종 리허설 전까지 수차례 모이터링을 한다. 출연진들도 렌즈 너머의 관객들을 위해 전문가의 디렉팅 안에서 보다 세밀하고 심도있게 움직인다.

그 뒤로 문제점을 해결하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다. 타오르미나 페스티벌이 영상 콘텐트로서 경쟁력을 갖게 된 이유는 서비스를 받는 대상을 철저하게 의식하고 배려하면서도 오페라 공연의 퀄리티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는 점이다.

시칠리아의 자연과 고대 그리스 유적을 무대로 삼아 펼쳐지는 오페라 ‘나비부인’의 매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며 영화관을 찾은 관객에게도 그대로 전달됐으리라.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무섭게 바꿔놓고 있다. 우리가 맞닥뜨리게 된 뉴노멀 시대의 공연예술 또한 다른 산업 분야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진화해야 할 시점에 와있다. 온라인이 모든 사회적 구조를 바꿔가고 있는 시대에 공연예술만 오직 현장을 고집한다면 결국 전체적으로 도태될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무분별하게 양산되는 온라인 무료 공연도 공연계에 전혀 득이 되지 않는다. 일시적 방편이 아닌 좀더 장기적인 플랜과 가이드 라인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도 좌석 띄어앉기나 온라인 공연만 제안할 것이 아니라, 코로나 이후 다가올 새로운 일상 속에 순수예술 분야가 보다 경쟁력 있는 콘텐트로서 당당히 성장할 수 있도록 이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예술인들이 먹고 사는 문제는 단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감수해야 할 가난이 아니다.


강혜명 / 성악가(소프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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