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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탈레반에 또 망신당했나

“철군 시한 31일 지켜라”
무위 그친 CIA 비밀 회동

미국이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직접 탈레반 지도자를 찾아가 비밀협상을 하고 철군 시한 연기를 요청했음에도, 아무런 성과를 건지지 못한 것으로 추측돼 또다시 ‘망신살’이 뻗쳤다.

워싱턴 포스트 등에 따르면 윌리엄 번스 CIA 국장이 아프가니스탄을 찾아 탈레반의 실질적 지도자로 평가받는 압둘 가니 바라다르와 전격 비밀회동을 했다. CNN방송은 번스 국장의 카불행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회동에서는 8월 31일로 정해진 미군 철수 시한과 관련된 논의가 중점적으로 이뤄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찌감치 8월 31일을 철수 시한으로 공언했는데 탈레반의 갑작스러운 아프간 장악으로 미국인 및 현지 조력자의 대피가 그때까지 가능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탈레반은 8월 31일을 '레드라인'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번스 국장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노련한 외교관. 바라다르는 탈레반 공동 창설자로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인 지난해 2월 미군 철군 합의 당시 서방과의 평화협상에 나섰던 '탈레반의 외교통'으로 이번 비밀 회담에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번스 국장과 바라다르의 비밀회동 보도가 나온 이후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달 말까지 철군이 완료돼야 한다고 또다시 못 박았다. 전날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도 영국 스카이 뉴스와 인터뷰에서 "8월 31일은 '레드라인'"이라며 "미국이나 영국이 계속해서 대피를 위한 추가 시간을 원한다면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31일까지 미국인 등의 대피를 완료한다는 기존 대피 작전 완료 계획을 고수하겠다는 결정을 알렸다. “필요할 경우 기한을 연장한다”는 스스로의 발언을 포기한 것이다. 이런 결정에는 탈레반과의 ‘비밀회동 실패’가 결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탈레반 대변인의 발표 직후 “오는 31일까지 아프간에서 미국인 등의 대피를 끝낸다는 계획이 현재로선 변함이 없다”면서 “그 기간 내에 아프간을 떠나길 원하는 모든 미국인을 대피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군이 지난 며칠 간의 (대피)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면 주말까지 약 10만 명을 대피시킬 수 있다"고 언급했다. 탈레반과 협상 무산의 ‘망신’을 피하기 위한 “황급한 발표였다”는 지적이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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