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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아프가니스탄 사태의 교훈

지난 15일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탈레반에 항복했다. 결국 미국과 아프간 탈레반과의 20년 전쟁에서 미국이 패한 것이다. 아프간 미국 대사관 위로 마지막 철군 장병을 나르는 미군 헬기의 모습은 베트남 전쟁에서 미군이 사이공을 떠나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이번 철군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프간 철수 결정에 대한 비난이 있지만,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진단도 나온다. 나라를 지키겠다는 방어 의지가 없는 국가에 미군이 계속 주둔할 이유가 없다는 미국민의 소리도 크다.

 미국은 아프간 정부의 몰락을 예상하면서 철수했다. 미국이 타국의 자유와 인권만을 위해 한정 없이 군대를 주둔시킬 여력도 의지도 없다는 사실을 이번 사태가 일깨워준다. 국민의 생명과 자유를 지키려 스스로 노력하지 않는 나라를 국제사회가 돕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미국의 소리 방송(VOA)에 따르면 아프간 사태와 관련해 미국 안보 전문가들은 한국의 자국 방어 의지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임스 서먼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18일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아프가니탄에서 발생한 재앙을 지켜보는 것이 매우 슬프다”며 “한국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지만 이를 통해 큰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의미 있는 말을 남겼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는 이번 사태를 40여년 전 월남 상황에 빗댔다. 그는 “국민이 나라를 위해 싸울 의지가 없다면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그는 “나는 한국군의 역량을 베트남전에서 직접 확인했다”며 “투철한 정신, 우수한 장비로 무장한 최고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은 아프가니스탄과 확실히 다르다”고 말했다.

 우리 군의 존재 이유는 국가 방위에 있다. 정부는 ‘군사력 아닌 대화’로 나라를 지키겠다고 하지만 그것도 군사력이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 요즘 마지못해 하는 한미 연합훈련도 대폭 축소해 컴퓨터 게임처럼 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 군대가 스스로 싸우지 않는 전쟁을 미국이 대신 싸워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 군을 아프간 군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 군의 기강과 정권의 현실만 보면 설마가 사람 잡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반도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한국이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야 하고, 자국 방어 의지가 없는 나라는 미국이 더 이상 지켜주지 않는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한미 연합훈련 등 군사훈련을 강화해 스스로 자국 방어 의지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는 세계 전사에 남을 6.25전쟁에서 충분히 경험한 교훈이다.

 국익을 추구하는 미국의 외교 방향도 인지해야 한다. 미국의 군사 지원 공약은 ‘한국의 전략적 가치’와 ‘자국 방어 의지’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이 두 가지 핵심 요소가 결여되면 미군은 언제든 한국을 떠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날 미군 철수 후 베트남 패망과 지금의 아프간전의 패배를 교훈 삼아 국가 방위에 만전을 기해야 할 때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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