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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자연과 자연인

여름을 말하고자 했는데 벌써 입추 절기가 지났다. 자연의 차례가 기다려주지 않고 제 발걸음 빠르기로 돌아오고 있다. 열매 맺는 나무들은 아직 제 색을 입히지는 못한 그러나 제 꼴을 갖춘 풋과일들을 가지 끝에 달고 살찌우고 있다. 여름을 노래하는 매미 소리가 숲속에서 울려오면 우리가 사랑하는 산천은 제 모습 잃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기 모습을 조금씩 바꾸어가며 다음 계절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사람들의 이기적인 욕심을 뒤로하고 스스로의 숨결을 호흡하고 자기 색깔을 입혀가고 변함없는 발걸음을 내디디고 때를 따라 모양을 움직이며 정해진 시간을 지켜가고 있다. 이 자연스러움을 기다리지 못 하는 사람들의 숨찬 달음박질만이 그 위에 흠집을 내며 부자연스러운 상처로 흔적을 남기고 있다.

자연스럽다, 부자연스럽다는 말은 좀 생각하게 만드는 표현이다. 나타난 모양이나 움직여나가는 일이나 사물의 변화가 보는 눈에 불편하지 않고 꾸밈없고 억지스럽지 않을 때 그리고 원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때 우리는 자연스럽다고 받아들인다. 그렇지 못할 때 우리는 부자연스럽다고 하여 반기지 않는다. 아마도 자연이라는 말이 이미 질서 있는 상태를 품는 말인 것 같다.

조물주가 세상을 만들어내고 그때 “보기에 좋다” 했다는 말이 성경에 표현되고 있다. 신이 만들어 놓은 원래 모습으로 자연은 그래서 보기에 좋은 상태로 있거나 유지되는 것이 옳은 일인 것 같다. 그리고 자연은 저 스스로 누구의 간섭 없이도 보기 좋은 균형을 유지하며 자연스러운 자기 모습을 가꾸어 간다.

자연 속에 하나로 사람이 있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며 자연의 균형을 만들어가야 할 존재로 사람은 자리매김 되고 있다. 자연의 균형이 깨졌을 때 자연 속을 살아가는 많은 것들이 피해를 보고 고통을 당하고 생존에 위협을 당한다. 사람도 역시 똑같은 처지에 놓이게 됨은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자연의 하나로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사람이 가장 똑똑한 존재라는 자만에 어울리지 않게 자연스러운 일보다 자연스럽지 않은 일들을 너무 많이 저지르고 있다. 자연이라는 전체 공동체적인 관점에서 보면 지극히 반갑지 않은 종류의 자연이다. 특별히 부여받은 똑똑함이 부작용이 많은 재능으로 비친다. 남다른 재주를 넘어 자연스러움을 잊지 않는 지혜의 자리까지 나아가야 할 숙제가 사람 앞에 있다.

자연의 품속에서 사는 듯이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나 동네를 보면 어느 시인의 탄식처럼 “누가 이 어여쁜 마을을 여기에 숨겨 놓았나”라는 감탄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보기에 좋았다는 그 정경에서 벗어나지 않는 모습이다. 어쩌면 문명이라는 것이 크게 발달하기 전에 살던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그곳이다. 사람들의 자리는 과연 어디까지일까를 고민하게 만드는 지점이다. 최근 자주 겪는 기상이변이나 자연재해를 보면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사람과 자연스러움의 알맞은 만남을 꿈꾸어 본 많은 사람이 있다. 여러 가지로 그 실제적인 실천을 행동하는 사람들도 많다. 사람이 욕심을 자제해야 한다고 믿으며 자연의 균형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본다. 억지로 사람의 손으로 길을 바꾸지 않으며 자연 스스로의 방식으로 자연스러움을 찾아가는 길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사람이 자연에서 따로 떨어져 있는 비자연의 존재가 아닌 한 자연의 하나인 사람이 자연의 길에 서서 자연인이 되어 온전한 자연스러움을 만들어 가는 날을 기다려 본다.


안성남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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