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평식의 신 미국유람] 끝없이 펼쳐진 늪과 풀밭…"속이 뻥~ 뚫려요"
〈17〉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샤크밸리
최대 아열대 자연보호 구역
가이드 동승 트램투어 명물
길도 물도 악어떼 우글우글
천년 사는 거북이도 눈인사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 늪지대도 마찬가지다. 고여있는 물이 웅덩이 물인지 흐르는 물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경사가 없다. 물 아래로는 진흙이 깔려 있어 무성한 갈대 숲을 이룬다. 진흙 아래로는 라임스톤이라는 석회석이 깔려있어 물이 땅 속으로 스며 들지 않아 악어를 비롯해 수많은 철새들이 살기에 천혜의 환경이다. 이 지역이 700여 종류의 동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가 된 이유다.
샤크밸리(Shark Valley)는 마이애미에서 41번 하이웨이 북쪽으로 약 50여 마일 거리에 있다. 이곳이 공원이 된 유래가 재미있다. 원래 이 지역은 액슨 모빌 등 세계적인 석유회사들이 혹시나 기름이 나오지 않을까 하고 엄청 넓은 늪지대 전체를 매입해 시추를 했는데 기름은커녕 오일 냄새조차 없는 땅으로 밝혀졌다. 나중에는 땅을 팔려고 해도 물 속에 있는 늪지대라 사려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자 1947년 어쩔 수 없이 늪지대 전체를 정부에 기증을 했다고 한다.
국립공원 안으로 들어가려면 소정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트램을 타려면 따로 또 표를 끊어야 한다. 2021년 현재 어른 1인당 28불(62세 이상 시니어는 22불)이다. 트램을 타면 2시간에 걸쳐 왕복 14마일을 돌면서 안내자의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트램을 타고 가다 보면 차도 위에서 태연히 낮잠을 즐기는 악어들이 있는가 하면 학의 무리도 볼 수 있다. 또 1000년을 산다는 거북이들도 볼 수 있다. 천년 거북이 사는 곳이라 생각하니 여기야말로 지구촌 최고의 장수촌이 아닌가 싶다.
이곳 악어는 무슨 생각들을 하는지 자동차가 코앞까지 다가와도 집주인 행세를 톡톡히 하듯 꿈쩍도 안 한다. 또 물 속에 몸을 담그고 두 눈만 내놓고 조용히 떠 있는 모습도 신기하다. 악어는 동물 중 유일하게 혀가 없어 먹이를 끊어 먹을 수 없어 통째로 삼키는 동물이라 한다. 이곳 거북이들은 등짝이 정말로 솥뚜껑 만큼 큰데 악어가 그 큰 거북이를 물고 통째로 삼키지를 못해 끙끙대는 모습은 참으로 진풍경이다.
지난 1992년 8월24일 시속 165마일 가공할 만한 위력의 허리케인 앤드류가 이곳을 휩쓸고 지나가면서 7만 에이커에 달하는 공원 안의 맹그로브 나무가 뿌리째 뽑혀 나가고 공원 전체가 황폐화 되었다. 그런데도 악어들은 살아남았다고 한다. 엄동설한 겨우내 동굴 속에서 식음을 전폐하며 제 발바닥만 핥으며 산다는 곰처럼 악아도 6개월이나 아무것도 먹지 않고도 살 수 있다고 하니 그 생명력이 실로 놀랍다.
트램을 타고 공원을 한 바퀴 돌면서 각종 날짐승, 들짐승, 물짐승을 보고 중간 전망대에 올라보면 석양 노을에 제 집을 찾아가느라 분주한 각종 새들이 장관이다. 사진 작가들이 이곳에 오면 많은 작품을 만들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얀 백로가 뱀을 물고 하늘로 치솟는 장면이라든지 악어가 솥뚜껑만한 거북이를 물고 씨름하는 장면을 잘만 찍어 놓으면 백만불짜리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이곳에 와서 눈을 씻고 봐도 상어라고는 한 마리도 볼 수 없고 악어만 우글거리는데 왜 이곳을 샤크밸리(상어계곡)라 했을까. 이곳은 해발이 겨우 8피트밖에 안 되는 얕은 늪지대다. 그래도 바닷물이 이곳까지 올라오므로 간혹 눈 먼 상어가 따라 들어왔다가 바다로 나가는 길을 찾지 못해 미로를 방황하는 곳이 바로 이곳이라고 한다. 샤크밸리라는 지명은 그래서 붙여졌다고 한다.
▶여행 메모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은 미국 최대의 아열대 자연보호구역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도 등재되어 있다. 이중 샤크밸리 지역은 ‘초원의 강(River of Grass)'이라 불리는 풀밭이 유명하다. 트램투어를 타고 편하게 앉아서 가이드 설명까지 들으며 구석구석을 둘러볼 수 있다. 방문하기 전 가능한 한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샤크밸리 방문자 센터 주소= 36000 SW 8th St. Miami, FL
▶김평식
여행 등산 전문가. 꾸준히 여행칼럼을 집필했으며 ‘미국 50개주 최고봉에 서다’ ‘여기가 진짜 미국이다’ 등의 저서가 있다. 연락처= 213-736-9090
김평식 / 여행 등산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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