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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샘

지난 7월 말에 내가 속해 있는 동양화 동우회 모임인 호연회에서 Retreat을 다녀왔다. 연령대는 60~91세까지 10명이 4박 5일, 일상을 벗어나 숲과 호수, 바람과 햇빛이 찰랑대는 산장에서 투명한 행복을 맘껏 누리고 왔다.

우리 멤버들은 모두 미술을 전공한 사람들은 아니지만 그림에 대한 열정과 끼는 못 말리는 우리만의 별세계에 사는 황홀한 행성들이다. 주어진 일상 위에 자신만의 창조적인 삶을 위해 잠재력을 분출시키고자 하는 탈 현실화는 우리만의 특권이고 축복이다.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숲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는 우리의 영혼을 맑게 해주고 몸을 강건하게 해준다. 일상에 배어있는 삶의 고난은 숲에서 피어나오는 정기에 밀리고 햇빛의 너울에 실려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

숲속 길을 걷다 보면 자기 안의 또 다른 나를 만나볼 수 있다. 바로 자신의 내면을 순례하는 여행자가 되어 삶에 끝없이 가려진 신비한 베일을 벗겨가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해맑은 이슬을 머금고 바람이 들려주는 은어를 들으며 눈 부신 햇살의 달콤함은 우리의 내면을 차오르게 한다. 영혼의 자유로운 유희는 상상의 나래를 극치까지 온몸으로 밀고 나가게 해준다. 2마일을 굽이굽이 하이킹해서 닿은 곳은 마운틴 탑, 우리의 내면까지 비춰주는 맑은 호수를 조우한다. 온갖 물놀이 기구들, 카누, 카약, 보트가 있고 인간이 호수를 개조해 만든 바닷가가 있고 낚시를 할 수 있는 피어가 마련되어 있다.

청정한 고요만이 우리를 압도한다. 마치 우리만을 위해 마련된 성스러운 신전 같다. 이 명경지수를 굽어보며 잠시 나르시시즘에 빠져보기도 한다.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자아 성찰의 기회를 가져본다. 사람은 자신의 눈으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없으므로 거울로 자신을 본다. 거울이 없었던 옛날에는 물에 비친 모습을 보고 몸무새를 매만졌다고 한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하산을 하다 보니 올라갈 때 놓치고 간 야생화와 산딸기가 우리에게 눈웃음을 치고 있다.

똑같이 생긴 나무들도 자세히 보니 각양각색이다. 옹이 박힌 가지, 구멍이 패 죽은 듯하지만 가지를 뻗어 새 가족을 만들어 가는 나무들, 마치 우리네 삶처럼 상처를 받고 몸살도 앓으며 성장통을 겪음을 알 수 있다. 나무들도 그들의 생명을 지켜나가는 강인한 힘이 우리와 다르지 않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여럿이 준비해 온 맛있는 음식의 향연이었다. 음식 솜씨가 없는 나는 또 하나의 ‘Awe’를 맛보는 절정의 순간이었다. 집에서 직접 숙성시켜온 상황버섯 주에 취해 있는 동안 한 사람씩 돌아가며 살아온 평생을 토해내는 울림 판은 우리를 서로 얽히고 섞이고 녹아 스며들게 했다. 밤이 되면 숲속을 배경으로 탁 트인 천정과 창 너머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잘 익은 달과 별을 따오기 내기도 했다. 수십 년을 살아오며 터득한 지혜와 열정과 사랑이 뮤즈의 사원에서 흘러나왔다.

우리는 아름답고 황홀하게 번져나갔다. 눈물 나게 웃고 눈물 흘리며 함께 나눈 향기는 우리 안에 응축되었다. 누군가와 친해지기 위해서는 우선 마음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 이토록 맑은 영혼들은 그동안 살아오면서 오염된 감정들을 거침없이 여과시키며 행복해했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어린 왕자에 나오는 구절이다. 우리는 모두 우리만의 샘을 깊숙이 간직하고 있다. 삶이란 끝없이 가려진 샘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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