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호수의 절묘한 조화…걷는 곳 마다 절경
세계3대 트레일 존 뮤어 여행기<1>
직접 잡은 송어·야전식 꿀맛
야영장·화장실 해결 어려움
지도 판독 실수로 헤매기도
8명이 팀이뤄 3박4일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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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4일 여정의 출발지점에서 함께 자리한 8명의 대원. 왼쪽에서 세번째가 하기환 회장, 오른쪽 첫번째가 이영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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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가 심해 어려운 섀도 레이크 코스서 마주친 멋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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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전 아일랜드 레이크에 도착해 포즈를 취한 하 회장.
![존 뮤어 트레일의 수백개의 호수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절경으로 유명한 가넷 레이크를 배경으로 등산하고 있는 대원들. [사진=이영근 대표]](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originals/2021/11/09/084837280.jpg)
존 뮤어 트레일의 수백개의 호수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절경으로 유명한 가넷 레이크를 배경으로 등산하고 있는 대원들. [사진=이영근 대표]
JMT는 요세미티 킹스캐년 세쿼이아 국립공원을 통과하고 휘트니 산에서 끝나는 장장 211마일에 이르는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장거리 등산로다. 재미스키협회태미 김이 지난해 어렵게 신청한 8명 트레킹 허가증이 나왔다고 연락이 와 무조건 간다고 했다. 준비가 전혀 안 된 상태라 걱정이 앞서 지난 5월 한국 방문길에 동대문 시장 등산 장비 전문점을 찾아갔다. 1000달러 조금 넘는 비용으로 배낭, 텐트, 매트, 버너, 물통 등 모든 장비를 장만하고 상점 주인으로부터 장비 사용법과 배낭 메는 법 등도 배울 수 있었다.
LA재미스키협회와 산악회 회원 8명이 7월 21일 JMT 산행에 나섰다. 테미 김이 사정이 생겨 맘모스에 있는 집에서 원정팀을 도와주겠다고 해 하루 숙박하고 22일 새벽부터 이동했다.
출발지는 맘모스 메인 랏지에서 레인보우 폭포와 테블스 포스트 파일을 왕복하는 버스로 갈 수 있는 에그뉴 메도우(Agnew Meadow)다. 1인당 15달러이고 버스 스톱에서 한참 걸어가면 출발점에 도달하게 된다. 오전 7시 전엔 게이트가 열려있고 무료인지라 이영근 아내와 테미 김이 차 2대로 출발점까지 대원들을 데려다줬다. 3박4일 고행의 연속이고 인내심을 테스트 하는 산행이 시작됐다.
총구간이 36마일이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훨씬 더 걸어야 할 것 같았다. 지도상 거리에는 수많은 꼬불꼬불한 산길의 길이는 포함 안 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조금 올라가다 보니 리버 트레일(River Trail)과 섀도 레이크(Shadow Lake)로 길이 나누어진다. 좀 어렵고 경사가 심한 섀도 레이크 코스를 택했다. 지난해 섀도 레이크까지 하이킹한 경험이 있어 짐이 무겁지만 별 어려움 없이 2시간 만에 도착했다. 다음 목적지인 가넷 레이크(Garnet Lake)까지 이영근, 하경철과 함께 3시간 더 걸려 호수가 보이는 고개에 도착했다. 뒤에 오는 5명의 대원을 기다리며 야영 장소를 찾아야 할 것 같았다. 거의 2시간 후에나 후진이 도착했는데 대원 중 재미스키협회회장인 고수미가 발목이 안 좋은 탓에 2시간 늦어졌다고 했다.
야영장을 찾기 위해 내려간 가넷 레이크는 JMT 수백개의 호수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호수 안에 자그만 섬들이 있고 호수 뒤에 병풍처럼 서 있는 산들은 절경이다. 이 경치를 보러 비지땀을 흘리며 무거운 배낭을 메고 올라온 것이다. 호수 아래쪽 작은 폭포 옆에 야영준비를 했다. 물소리와 멋있는 경치를 보며 들뜬 기분으로 텐트를 치고 저녁 식사 준비를 하는데 지나가는 등산객이 “No Camping 사인 못 보았냐”고 하길래 가서 푯말을 보니 ‘야영 금지 지역’이란다.
규정을 따르기 위해 위쪽에 있는 루비 레이크까지 1.5마일 더 가서 야영장을 찾기로 했다. 하루에 산길 13.5마일은 무리 같았지만 마지막 힘을 내서 루비 레이크가 내려다보이는 평지에 텐트를 칠 수 있었다. 저녁은 낚시의 달인인 강두완이 잡은 무지개 송어 월척 한 마리와 한국에서 공수해온 뜨거운 물만 넣고 10분 정도면 짜장밥, 매운 볶음밥 등이 되는 야전 식량으로 준비했다. 잡은 송어로 회를 떠서 함께 먹었는데 꿀맛이었다.
음식을 총괄해서 준비하고 다른 대원들보다 10파운드나 더 무거운 음식 재료를 지고 나선 윤호선, 최진희 부부에게 무한한 감사를 전한다. 이런 산행은 무게 한 파운드가 매우 중요하다. 산행에 사용되는 모든 식기, 숟가락, 젓가락은 경량 티타늄으로 제조됐다. 그만큼 비싼 소재를 써서라도 무게를 줄이는 것이 등산에서는 최고다. 그 외에 ‘곰통'이라 불리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통에 모든 음식을 담아서 잘 때는 텐트 밖에 멀리 놓아야 한다. 후각이 발달한 곰이 음식 냄새를 맡고 텐트를 습격해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기도 한다.
야영장에 나무도 많고 한적한 곳이라 밤에 나가서 일을 보기엔 너무 무섭고 추워서 꾹 참고 하룻밤을 보냈는데 너무 피곤해 잠을 설쳤다. 새벽에 일어나 떠날 준비를 하다가 나무에 무슨 쪽지가 붙어 있어 읽어보니 이 장소도 야영금지 구역이란 것을 알게 됐다. 어젯밤에는 어두워 확인을 못 한 것이다. 다행히 파크 레인저가 오지 않아 무사히 철수할 수가 있었다.
화장실 문제도 골치 아픈 사안 중 하나다. 6인치 땅을 파야 하고 사용한 화장지는 꼭 비닐백에 넣어 가지고 나와야 된단다. 하루에도 서너번씩 가는 화장실 횟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급적 매운 음식은 안 먹고 음식량도 줄이며 애쓴 끝에 3박4일동안 화장실 두 번으로 끝냈으니 대성공이라 할 수 있겠다.
루비 호수에서 다음 목적지인 사우전 아일랜드(Thousand Island) 호수까지는 한 시간 반 정도 걸려서 도착했다. 호수 안에 1000개의 조그만 작은 섬들이 있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호수 뒤에 보이는 배너(Bannner) 봉우리(1만2942피트)와 1000개의 작은 섬이 조화를 이룬 경치는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로 장관이다.
첫날 13.5마일이나 걸어 힘이 빠졌다며 일부 대원들은 여기서 텐트 치고 낚시와 수영을 하면서 쉬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나를 포함한 이영근, 하경철은 아침부터 할 일도 없고 그러니 다음 목적지까지 강행군하여 2박3일로 하루 앞당겨서 끝내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원정길 인솔책임자로 초빙한 안희일 대장이 팀을 나누기로 결정해 우리 3명은 쉬지 않고 먼저 떠나기로 했다.
그런데 여기서 착오가 발생했다. 이영근이 지도를 잘못 읽고 다음 행선지인 아일랜드 패스(Island Pass) 표지판도 아주 작게 반대쪽에 붙어 있어 제대로 못 본 것이다. 호수로 들어가기 전 초입에서 산 쪽으로 올라가야 JMT로 가는 길인데 우리 3명은 호수를 따라 더 깊숙이 들어간 것이다. 호수 끝까지 걸어가니 오른쪽 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희미하게 흔적만 남아 있었다. JMT로는 보이지 않았지만, 방향이 그쪽이라 올라가기 시작했다.
개울을 몇 개 넘어간 끝에 등산로를 찾았다. 옆으로 물이 흐르고 왼쪽은 배너 봉우리가 보이고 환상적인 경치를 음미하며 돌덩이로 된 등산로를 2시간 이상 걸었다. 그런데 갈 수록 돌덩이가 커지고 등산로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완전히 돌밭에 들어온 것이다. 앞에 보이는 고개를 넘어야 하는데 멀리서 봐도 고갯길에는 등산로도 안 보이고 경사가 급한 돌무덤이라 JMT가 아니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이영근에게 위험하니 돌아가자고 했더니 집채만 한 바위에 몇 개의 작은 돌탑이 쌓여 있는 것을 보고 JMT 표시라며 행군을 이어갔다. JMT에 등산객이 한명도 보이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2명은 이영근에게 등산로를 찾으면 알려달라 부탁하고 기다리기로 했다. <계속>
정리=박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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