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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유 의지와 이기적인 유전자

옥스퍼드 대학의 저명한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 교수는 1976년에 ‘이기적인 유전자(The Selfish Gene)’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학계에 큰 파문을 던졌다. 45년 전의 일이다.

이 책에서 그는 진화 생물학적 관점에서 볼 때, 진화의 주체는 인간이 아니라 유전자이며, 인간은 단지 유전자의 보존을 위해 만들어진 기계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자연 선택의 기본 단위도 유전자이며, 자연에 가장 잘 적응하는 유전자만이 살아남아 자신을 복제하면서 오랜 세월을 이어 왔다는 것이다.

인간의 몸에는 약 60조에 이르는 세포가 있으며, 각 세포에는 자기 복제를 위한 DNA사본이 들어 있다고 한다. 자연 선택이라는 진화 과정을 거쳐 살아 남은 유전자는 비정한 이기주의자들이어서, 공동 이익을 위한다는 개념은 없고, 오직 약육강식의 자연 법칙이 적용된다고 한다.

생물학적으로 볼 때 자연은 불공평하다. 스스로 선택한 적도 없는 부모에게서 물려 받은 유전자가 운 나쁘게도 열등하면 생존을 이어 갈 수조차 없다.



진화 과정에는 도덕률 같은 것은 없고 비정한 사실만이 존재한다. 예로 살인과 식인 행위는 인류 문화에서 가장 죄악시되지만 인간은 끊임 없이 다른 종의 생물을 잡아 먹는 것을 즐긴다.

‘인종 차별주의’에 대한 윤리 의식이 ‘종 차별주의’의 그것보다 우위에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도킨스 교수는 기술한다.

도킨스 교수가 저서를 발표한 이후 파문은 아직도 완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고 그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생명을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요소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상호 영향을 받으며 변화하는 유기체로 보는 학자들은 도킨스 교수의 주장에 반박한다. 시스템을 구성하는 하나의 분자로서의 유전자는 이기적일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생명은 조립식 장난감과 같은 기계론적 부품이 아니라 끊임 없이 분열과 합성을 반복해 가며 자기 복제가 가능한 구조를 지닌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을 통제할 능력이 있으며 삶을 어떻게 이루어 나갈지를 결정하는 주체는 유전자가 아니라 인간 자신이라는 것이다.

옥스퍼드의 또 다른 생물 학자 데니스 노블 교수도 도킨스의 주장에 비판적인 학자 중의 하나이다. 인간의 자유 의지는 유전자의 지배를 극복할 능력이 있다고 본다.

사람의 일생을 통해 DNA도 변한다고 한다. 종래 신비의 영역이었던 유전 공학 분야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생명에 대한 인간의 이해에 큰 변화가 일었다.

역사를 통해 볼 때 생사를 가르는 살벌한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이타심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나와 가치 체계를 공유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타인종과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과 긴밀히 협조를 해 가듯이, 다른 종에 속하는 동물이나 미생물과도 공존 공생을 모색해 가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비록 유전자 기계로 설계되고 밈(Meme)기계로 계획됐다 하더라도 도킨스 교수의 주장대로 인간은 조물주의 의도를 거역할 능력이 있다.

이 지구상에서 인간만이 이기적인 자기 복제기(Replicators)의 전횡에 항거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

타고난 운명을 ‘프리웨이 시스템’에 비유할 때 프리웨이에서 내린 다음에 어느 로컬 도로를 이용하여 목적지에 도달할지는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라만섭 / 전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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