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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밤이 깊어지면 아침이 온다

한 치 앞도 못보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그 걸 알면, 어찌 지금 이 순간을 버텨낼 수 있을까. 밥 잘 먹고 출근하다 사고 당하고, 죽을 판 살 판 이리 뛰고 저리 설치다가 ‘쨍’하고 빛들 날도 생긴다. 눈 깜빡 할 사이에 생사가 판가름 나기도 한다. 교통사고 장면을 지나칠 때마다 ‘그 때 그 시간 그 곳에 없었더라면’이라는 생각을 한다. 시계바늘이 몇 초만 더 빨리, 혹은 천천히, 아님 멈춰섰더라면 죽음이나 생명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손수건으로 눈 가리고 숨바꼭질 하듯 한 치 앞도 못 보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지금 이 순간 목숨 붙어 있다고 살아있음을 자랑하지 말라. 언제 골로 갈 지 모른다.

사주명리학(四柱命理學)은 사주 에서 인간의 생년월일 및 생시의 간지팔자로 선천운과 후천운을 감정하는 학문이다. 사주 명식을 분석하여 자신을 바로 알고 다가오는 운을 살펴 발전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데 사주나 운을 벗어날 수 없는 인생의 굴레로 인식하는 것을 경계한다. 미래의 비밀은 아무도 모른다. 관망하기 힘들다. 관망세는 어떤 일이 되어 가는 형편을 가만히 바라보는 기세를 말한다.

인생은 측정과 예측이 불가능하다. 눈 크게 뜨고 바라보아도 앞날이 안 보인다. 명리학의 이기론(理氣論)은 사주의 해석을 이(理)와 기(氣)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몸집이 작아도 깡이 센 사람 있고 덩치만 컷지 물러터진 사람이 있듯 사람은 자신이 지닌 고유한 특성을 기(氣)로 표출한다.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한다. 남자는 여자를 사랑해 달콤한 키스를 원했고 키스를 하고 장미꽃을 선물했다.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의 순결을 지켜주려고 맹세했다’는 예문에서 남자가 여자를 사랑한 것은 이(理)고 사랑의 표현 방식인 키스, 꽃 선물. 순결을 지켜주는 것은 기(氣)의 작용이다. 사람의 운명을 바로 알기 위해서는 이(理)와 기(氣)를 병행해 보아야 한다는 이치다. 운명은 이(理)와 기(氣)의 영향을 받지만 운명을 역행 할 수 있는 것은 변(變)이다. 같은 날 초 간격으로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도 운명이 제각기 다르다. 이기론이 일치해도 사주팔자가 다르고 운명을 바꾸는 것은 변(變)의 작용 때문이다.



변(變)은 운명을 받아들이고 견디고 이겨내고 개척하는 모든 힘의 근원이다. 안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목숨 걸고 싸우고, 다다르지 못할 것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다. 변(變)의 기적은 인간을 통해 이루어진다. 누굴 만나 어떻게 교류하며 무엇을 향해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한 인간의 삶의 형태와 운명이 달라진다. 같은 시각 동일한 부모에게 태어나도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는 생의 굴레를 극복하는 일은 인간의 의지와 노력에 달려 있다.

날이 밝을수록 그늘이 깊어진다. 미술 작품을 촬영할 때는 너무 밝지도 어둡지도 않는 날을 택한다. 빛이 너무 강렬하면 명암이 극도로 노출돼 작품의 원래 색깔을 얻어내기 힘들다. 너무 우중충한 날은 감각적이고 샤프한 색깔을 살려낼 수 없다.

밤은 오래 가지 않는다. 밤이 깊어지면 아침이 가까이 오고 있음을 말해준다. 인생의 막바지에는 감회가 깊어진다. 시간 나면 하겠다고 벼르던 일들은 시간이 나도 못한다. 오늘은 맑지만 내일은 진눈개비가 내릴지도 모른다. 인생에는 에누리가 없다. 한 치 앞도 못보는 게 인생이라 해도, 죽는 것만큼 사는 게 두려워도, 오늘을 견뎌낸 힘으로 다가 올 찰라의 행복을 품에 안는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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