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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철수 속병클리닉] 궤양은 감염 질환?

헬리코박터 연구는 또 하나의 고정관념을 깼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위산이 없으면 궤양도 없다’라는 말이 있듯이 위산은 궤양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인정됐다. 그러나 워런과 마셜의 연구는 궤양은 헬리코박터균에 의해 생길 수 있는 하나의 감염 질환으로 입증한 셈이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이런 말을 하고 듣는 것을 본다. “Stay away from me, you are giving me an ulcer.” 이 말은 궤양이 스트레스에서 온다는 뜻을 의미하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면 궤양이 마치 감염 질환이란 뜻도 내포하고 있다. 심한 독감에 걸린 사람을 피하듯이 “내 옆에 오지 말라 궤양 옮길라”라는 말로 옆에 있는 사람에게서 감염될까 봐 가까이 오지 말라는 말처럼 들릴 수 있는 얘기다. 흥미롭게도 일상생활에서 하던 이 말은 소화성 궤양이 하나의 감염 질환인 것을 줄곧 힌트 해온 것 같기도 한 셈이라고나 할까?

진단방법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었는지를 파악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쓰인다. 첫 번째로는 혈청학적 검사가 있는데, 이는 세균 감염 시 면역 반응으로 생겨난 항체를 측정하는 방법으로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스크린할 때 쉽고 간편한 진단 방법으로 쓰인다. 여기서 말하는 항체는 B형 간염에서 볼 수 있는 표면체 항체와 같은 보호 항체가 아니라, 세균이 현재 몸에 들어와 있거나 최근까지 있었다는 일종의 증거에 불과하다.

이 검사의 약점은 위양성 결과가 종종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인데, 이유인즉 치료를 해서 세균이 박멸된 다음 항체 수치가 조금씩 떨어지더라도 한동안은 혈액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체에 있는 다른 세균과 교차반응현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위양성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므로 혈액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을 때는 치료에 앞서 의사의 각별한 분별력이 동원되어야 한다. 혈청학적 항체검사는 과거에 치료받은 적이 없는 환자가 감염되어 있는지를 선별할 때에는 좋지만 치료된 것을 확인하는 테스트로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신속요소반응검사(UBT)가 있는데, 이는 환자에게 전혀 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소량의 방사선 카본(동위원소 13탄소)이 붙어 있는 요소(尿素)라는 물질을 섭취하게 한 뒤 환자의 호흡을 분석하여 감염 여부를 밝히는 검사다.

세 번째로는 대변검사가 있다. 대변검사는 변에서 헬리코박터 세균의 항원을 검출하는 검사로서 검진 당시 환자가 세균에 감염이 되어있는가를 알아낼 수 있다. 이 검진 방법의 유리한 점은 혈청학적 검사와 달리 위양성률과 위음성률 모두 낮을뿐더러 내시경검사나 신속요소 반응검사에 비해 비침습적인 이유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내시경 검사를 통한 조직 검사가 있다. 위 점막의 조직을 관찰함은 물론, 헬리코박터균의 유무를 직접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정확도가 높은 검사이다. 내시경 검진은 단순히 헬리코박터균의 감염 유무만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고 위의 점막 상태를 관찰하여 헬리코박터균과 무관한 심한 궤양 질환이나 암질환의 진단에 꼭 필요한 검진 방법이 아닐 수 없다.

#현철수 박사 = 조지타운대병원내과, 예일대병원위장, 간내과 전문의 수료. 스토니부룩의대, 코넬의대 위장, 간내과 임상교수, 뉴저지주 의료감독위원회 위원, 재미한인의사협회 회장 역임. 아시안 아메리칸 위암 테스크포스와 바이러스 간염 센터를 창설, 위암 및 간질환에 대한 켐페인과 문화, 인종적 격차에서 오는 글로벌 의료의 불균형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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