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위한 결정…아프간 철수 후회 안 해"

바이든 대국민 연설
“끝없는 전쟁할 수 없어”

카불 공항 활주로에서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이 이륙을 위해 이동하는 미 공군기를 따라 달리고 있다. [사진 트위터 캡쳐]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문제와 관련 바이든 정부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첫 대국민연설을 했다.

바이든(사진) 대통령은 16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미군 철수로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끝내기로 한 결정에 대해 “내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20년간 미군을 철수하기 좋은 시점이란 없다는 것을 어렵게 배웠다”고 했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총공세로 친미 성향의 아프간 정부가 붕괴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첫 연설이었다.

바이든은 미군 철수 후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과 그로 인한 무질서와 대혼란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국가 재건을 위해 들어간 것이 아니라면서 미국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곳에서 끝없는 전쟁을 이어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아프간에 대 테러(counter-terrorism) 활동을 하러 들어간 것이지, 반군에 대응하러(counter-insurgent) 간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군이 아프간에 머무는 이유가 ‘국가 재건(nation building)’이 돼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9·11테러 주범인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라덴 제거라는 목적은 오래 전에 이미 달성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 싸움을 ‘내전’으로 명명했다.

하지만 바이든은 지난 주말 카불이 함락된 이후 벌어진 대혼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다. 다만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상황이 더 빨리 전개됐다"고 말해 순조롭지 못한 진행임을 어느 정도 인정한 모습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레반과 미군 철수 협상을 완료한 상황이어서 자신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기존 주장도 되풀이했다. 미국은 지난 20년간 천문학적 자금을 지원해 병력 30만에 달하는 아프간군을 조직했으며, 이는 웬만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 군보다 규모가 크다고 언급했다.

바이든은 약 5분간 이어진 연설문을 읽은 뒤 취재진 질문을 받지 않고 바로 퇴장했다. 그는 지난 12일부터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머물다가 이날 백악관으로 돌아왔고 다시 캠프 데이비드로 향할 계획이다.

한편, 트럼프는 지난 15일 성명을 통해 "바이든은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발생하도록 한 것에 대해 불명예 퇴진을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아프간에서의 미군 철군은 지금과 훨씬 다르고 매우 성공적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원용석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