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9·11 테러 20주년 코앞에 아프간 내준 바이든

“붕괴, 예상보다 빨랐다”

휴가복귀 회견서 때늦은 현실 인식
“아프간 정치리더 때문” 화살 돌려
트럼프 “당장 사퇴하라” 강경 비난
“IS·알카에다 등 테러 총본산될 것”


미국이 세운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모래성처럼 무너진 15일, 조 바이든 대통령은 휴가 중이었다.

백악관의 ‘입’인 젠 사키 대변인 역시 여름휴가 중. 미국이 9.11테러 사건 이후 20여 년 만에 가장 큰 역사적 오명을 쓴 이 날, 백악관은 언론과의 모든 소통을 사실상 ‘올 스톱’ 한 상태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사퇴하라”고 조롱했다. 그는 15일 발표한 성명에서 "조 바이든이 아프간에서 한 일은 전설적"이라고 비꼬면서 "미국 역사상 가장 큰 패배 중 하나로 남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수도 카불을 함락하고 대통령 궁에 들어선 탈레반은 “전쟁은 끝났다”며 승리를 자축했다. 필사의 탈출을 감행하는 아프간 국민들로 아비규환인 카불 국제공항은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1975년 사이공 최후의 탈출을 연상케 하는 그 모습은 전세계인들에게 생생하게 전해졌다.

버팀목이었던 진보 진영 매체들에도 일제히 비난받는 바이든 대통령은 부랴부랴 백악관으로 복귀해 대국민 연설을 했다. “(철군)결정을 되돌리지 않을 것이다. 미국민에게 솔직하기로 약속했다. 진실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이것(함락 또는 붕괴)이 더 빠르게 전개됐다는 것”이라는 내용의 16일 기자회견은, 그러나 그에게 쏟아진 비난을 돌리기에는 무력한 언어유희라는 평가다. 또한 그는 “아프간의 미군 철수는 예정됐으나, 아프간 정부군의 허망한 패퇴는 예상을 초월했다. 이제는 미국민의 안전과 남겨진 아프간 국민들의 인권에 집중할 때”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20년간 아프가니스탄 정치 리더들과 아프간 정부군이 탈레반에 신속하게 맞서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화살을 돌렸다.

미국 정계는 한 달도 남지 않은 9.11테러 20주년 기념일을 우려한다. 탈레반에게는 그날이 승리를 자축하고 미국의 ‘오만과 무력함’을 선전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미군과의 20주년을 승리로 마무리한 탈레반은 이제 ‘전설’이 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단호히 부정하지만,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은 ISIS, 알카에다 등 악명높은 대미 테러 단체들의 총본산(總本山)이 될 전망이다.

탈레반은 이날 대변인을 통해 “아프간에서 전쟁은 끝났다”며 통치 방식과 정권 형태가 곧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지난 5월 아프간 주둔 미군의 단계적 철수를 시작한 지 3개월 만이자, 탈레반이 이달 6일부터 주요 거점 도시들을 장악한 지 불과 10일 만이다. 탈레반은 성명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겠다고 강조하며 “아프간 국민은 정상적인 삶을 영위해 나가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를 곧이 믿는 아프간 국민들은 아무도 없다. 미국을 제외한 서방 당국도 “미군에 협조했거나, 탈레반 공격에 가담했던 민간인들까지 피의 보복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20년간 쌓았던 여성권리도 무너질 것이며, 서방에 물든 여성들이 “수용소로 보내질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지 미국 대사관은 철수를 마무리한 상태다. 성조기도 내려졌다. 스티브 스칼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는 “미국대사관이 대피하는 것을 보니 매우 끔찍하다”며 “이것은 바이든의 사이공 순간”이라고 말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대사관들도 대피에 한창이다. 한국 대사관은 15일 잠정폐쇄하고 공관원 대부분이 중동 제3국으로 철수했다. 영국 여권을 소지한 300명이 전날 아프간을 먼저 떠났으며, 앞으로 24∼36시간 안에 1천500명이 추가로 출국을 계획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도 자국민과 현지 채용 아프간인 출국 작전을 개시했다. 반면 러시아는 탈레반이 외국 외교공관에 대한 안전보장을 약속했다면서 대피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이 한국군의 군복을 사실상 ‘정규 전투복’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다. 한국어 명찰과 계급장이 선명한 전투복을 입은 탈레반들의 행군 모습은 세계인들에게 전해져 의구심을 자아냈다. 한국 군당국은 1990년부터 2014년경까지 사용했던 구형 얼룩무늬 전투복이 대량으로 중고시장에 유출됐을 것이라며 “해외 보따리상을 통해 대량으로 팔려나가 탈레반 손에 들어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수 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