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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의 사이공’...미국이 세운 아프가니스탄, 사실상 ‘패망’

미군 조기철군이 ‘결정적 원인’
‘상황오판’ 바이든 책임론 비난 봇물

대한민국의 광복절인 8월15일, 미국이 세운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사실상 ‘패망’했다.

15일 압둘 사타르 미르자크왈 아프간 내무부 장관은 "과도 정부에 평화적인 권력 이양이 있을 것"이라며 탈레반에 사실상 항복을 선언했다. 탈레반이 아프간 전역을 장악한 후 이날 수도 카불까지 진입하자 정부 측이 백기 투항한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패망은 ‘바이든의 사이공’이란 문구로 함축되며 바이든 정권의 최대 실책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를 서둘렀다. 그는 “탈레반의 힘은 약하고, 아프간 군은 20년간의 미군 지원과 훈련으로 강건해 독자적으로 나라를 지킬 수 있다”며 철군의 명분을 강조했다. 공화당은 섣부른 미군 철군 계획이 아프간 패망은 물론 미국민들을 위험으로 내몰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성명을 통해 바이든을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내놓은 성명에서 "탈레반이 카불의 미국 대사관에 깃발을 내건다면 이 얼마나 망신스러운 일인가"라며 "이는 나약함과 무능, 총체적인 전략적 모순에 따른 완전한 실패"라고 지적했다.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 조국이 다시 아프간의 위협에 놓이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우려했다.

미치 맥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아프간은 거대하고 예상 가능하며 막을 수 있었던 참사로 향하고 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무모한 정책을 옹호하려는 행정부의 이상한 노력은 솔직히 굴욕적이다"라고 비판했다. 맥코널 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은 1975년 사이공에서의 굴욕적인 패배보다 더 최악의 속편으로 나아가고 있다"면서, “9·11 테러 20주년에 탈레반이 카불의 미국 대사관을 불태우며 축하하는 최악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치 성향에 관계없이 모든 언론은 아프간 정부의 사실상 패망을 바이든 대통령의 책임으로 규정했다. 보수 언론인 뉴욕포스트는 전면 헤드라인으로 '바이든의 사이공'을 내건 뒤 "우리는 여성들을 탈레반의 야만성 앞에 내놨다"고 비판했다. 진보 성향인 워싱턴포스트는 기명 논평 페이지에서 "아프간에서 잃게 된 생명은 바이든의 유산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탈레반과의 평화협정이 전임자인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미 시작됐다며, 이번 사태를 ‘트럼프 책임’으로 전가하려는 모양새다. 하지만 언론은 냉담하게 반응한다. 탈레반과의 평화협정을 책임졌던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평화협정 논의 당시 탈레반은 궤멸상태였고, 미군 철수는 승리에 기반한 수순이었다”면서 “바이든 정권 들어서 아프간 전역에서 힘을 얻은 탈레반에 대응하지 않고, 철군계획에만 집중한 것이 바이든”이라며 거세게 비난했다.

이로써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은 2001년 미국 공습으로 정권을 잃은 지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완전 수복하게 됐다. 미군 철군을 계기로 시작한 총공세에 부패와 사기저하로 무너진 아프간 군들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은 패닉상태다. 정부 관계자들은 물론 미군에 협조하거나 우호적이었던 주민들은 탈레반 정권 하에서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해 ‘목숨을 건 해외 탈출’에 매달리고 있다. 국제공항은 이런 인파들로 북새통이다. 각국 대사관도 혼비백산한 채 탈출 준비에 분주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 4천명을 배치해 철수 지원 작전에 돌입했다.

전날 카불 남쪽 11㎞ 지점 로가르주 지역까지 진격, 정부군과 전투를 벌인 탈레반은 이날 카불로 들어섰다. 탈레반은 카불을 무력으로 점령할 계획이 없다며 '평화적 투항'을 촉구했고 결국 아프간 정부는 백기를 들고 말았다. 탈레반은 이날부터 곧바로 권력 인수 준비에 들어갔다. 아프간 정부군에게 귀향이 허용될 것이라며 군대 해산을 요구했고 공항과 병원은 계속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미국에 대한 탈레반의 공격을 막는 아프간 임무는 성공적”이었다면서 “더 이상 아프간에 남는 것은 미국에 이득될 것 없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인들의 철수를 방해한다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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