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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금기어를 금기하다

금기에 관한 이야기가 제일 많이 등장하는 곳은 아마도 종교의 경전이 아닐까 합니다. 금기는 금지와 닮아 있습니다. 금지의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단 금지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 행위가 널리 퍼져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금기가 많을수록 금기를 깨뜨리는 사람이 많았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는 뜻입니다. 어떤 시대에 어떤 금기가 있었는지 살펴보면 그 시대상을 알 수 있습니다.

기독교 성경에 나오는 수많은 금기를 보면서 그 당시의 복잡함을 알 수 있습니다. 술이 금기가 되는 종교는 그 당시 술이 얼마나 문제가 많았는지를 보여줍니다. 한국의 기독교에서 술이 금기시되는 이유일 겁니다. 십계명에서 우상 숭배를 금지한 이유는 당시 횡행하던 우상 숭배의 문제를 보여줍니다. 따라서 우상 숭배가 금기인 종교는 당시의 우상 숭배의 폐해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지금도 많은 종교에서 여전히 신이 아니라 신을 닮은 형상에 수많은 금전을 바칩니다. 우상은 정성의 반영이기도 하지만 신을 왜곡해서 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상을 섬기지 않는다고 하지만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수많은 우상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금기어는 하지 말아야 하는 말입니다. 금기를 깨뜨린다는 것은 그 사회에서 배척당하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수많은 종교의 지도자는 당시의 금기를 깨뜨린 사람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예수는 안식일의 금기를 어겨서 고난을 당하게 됩니다. 금기어 중에서 대표적인 것은 종교와 관련되거나, 권력자 등과 관련되는 것들입니다. 신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말라는 말은 금기어가 종교와 어떻게 관계되어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신의 이름을 교회 밖에서 함부로 부르면 욕설이 됩니다. ‘오 마이 갓(Oh! My God!)’이나 ‘오! 지저스(Jesus)’의 느낌을 떠올리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예전에는 황제나 왕, 권력자의 이름을 함부로 부를 수 없었습니다. 중국의 황제 이름은 아예 쓸 수 없는 한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권력자와 비슷한 이름을 짓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표현들을 기휘어(忌諱語)라고 합니다. 꺼린다는 의미입니다.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비슷한 이름을 짓는 경우에는 탄압을 받기도 했습니다.

금기어는 때로 우리에게 너무나 가까운 것이기에 금기가 됩니다. 비밀스럽거나 성스럽게 보는 게 금기의 이유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성적인 어휘들입니다. 신체 관련 어휘 중에서도 성과 관련이 되면 이야기하기를 꺼립니다. 금기어가 됩니다.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기에 두루뭉술한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완곡하게 표현하는 겁니다. 대표적으로는 ‘위, 아래’가 있습니다. 노래 가사에 ‘위, 아래’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묘한 상상을 불러일으킵니다. 위와 아래는 성적인 표현을 둘러 말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금기는 우리의 생각을 가두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금기의 이유가 과연 합당한지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도 있습니다. 저는 종종 금기를 금기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일본 나고야에서는 금지된 것에 대한 예술 전시회가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일본의 입장에서는 충격적인 전시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전시 첫해인 2019년에는 방해 세력의 항의로 전시가 중단되었습니다. 2021년의 전시에서는 무난한 듯 보였으나 폭죽이 터져 다시 중단되었습니다. 금기를 깨뜨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우리가 금기시하는 전시가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예를 들어 북한을 좋게 설명하는 전시는 어떨까요?

금기어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이어주는 예의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무난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금기를 지켜야 할 겁니다. 금기를 타고 넘는 우리의 사고 체계의 유연성이 참 어렵습니다. 우리는 어떤 말을 꺼리고, 어떤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가요? 나의 금기를 돌아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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