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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1.5도의 재앙

어제보다 오늘이 섭씨 1.5도(화씨 2.7도) 높다면 더위를 체감할 수 있을까. 기온에 민감한 소수 외에는 거의 인지하지 못한다. 1.5도의 기후변화는 미미하다. 남가주의 낮과 밤 온도차는 화씨 30도를 넘기도 한다. 차로 내륙에서 바다로 1시간 정도 운전하면 20~30도의 차이는 보통이다.

‘1.5도’가 지금 지구촌 공동의 현안으로 떠올랐다. ‘마지노선 1.5도’ ‘마의 1.5도’라는 말도 나온다. 2015년 파리기후협정은 지구촌 온도를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2도 이하 높아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3년 후에는 목표치가 수정됐다.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목표치를 1.5도 이하로 낮췄다. 2도를 허용하면 기후 재앙을 막을 수 없다는 이유다.

IPCC는 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현 수준의 온실개스 배출량을 유지하면 2021~2040년 사이에 1.5도를 넘어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2018년 보고서는 2030~2052년으로 전망했다. 불과 3년 만에 1.5도를 넘기까지 기간이 9~12년 줄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자연 재난의 원인이 된다.

미국 서부와 캐나다가 대형 산불에 신음하고 있다. 유럽의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지난해에 비해 10배 넘는 산림 손실을 기록했다.

폭우피해도 크다. 지난달 독일 북부와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에는 폭염과 함께 폭우가 쏟아져 수백명이 목숨을 잃었다.

IPPC보고서는 산업화 이전, 50년에 한 번꼴로 발생했던 극한 폭염이 평균기온이 1.5도 상승하면 빈도가 8.6배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2도 높아지면 13.9배, 4도 높아지면 39.2배까지 많아진다. 폭염 빈도가 20배 이상 증가하면 지구 생물체의 상당 부분이 멸종위기에 처한다.

기온 상승은 바다에도 영향을 준다. 1.09도 더워지면 해수면은 20cm 높아진다. 펜실베이니아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 해수면은 매년 2mm씩 상승했다. 이런 추세라면 금세기 말 지구 해수면은 최고 1.5m까지 높아질 수 있다.

기후변화가 허구라는 주장도 있지만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하지 못한다. 온난화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탄소중립(넷제로·Net Zero)다. 온실가스 배출량과 온실가스 흡수량을 같게 해 ‘제로(0)’로 만들자는 노력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고 메탄 등도 줄여야 한다.

각국의 탄소 배출량을 추적하는 ‘글로벌카본프로젝트(GCP)’가 공개한 2019년 기준 이산화탄소 배출 국가별 순위에서 미국은 중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인도, 4위는 러시아, 5위는 일본 순이다. 한국은 3년 연속 8위에 머물다가 9위로 낮아졌다. 중국의 배출량은 101억7500만t으로 미국의 52억8500만t의 2배에 가깝지만 1인당 배출량은 미국이 높다.

문제는 주요 배출국이 선진·산업국이라는 점이다. 이들 국가 주도의 탄소중립이 중요한 이유다.

지난해 IPCC는 2030년까지 1.5도의 기온 상승을 막으려면 2010년 배출량의 45% 수준으로 탄소를 줄여야 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온난화 추세가 빨라지면서 전문가들은 더 큰 폭의 감축을 강조한다.

예고된 재난도 점진적으로 진행되면 무감각해진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앙은 분명히 존재하면서 미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보이지 않고, 멀리 있다고 해서 재앙이 공포가 희석돼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 닥칠 재앙을 막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1.5도의 재앙은 소리 없이 다가오고 있다.


김완신 논설실장 kim.wanshi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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