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평식의 신 미국유람] 홍학떼 춤추고 악어떼 어슬렁어슬렁
<16>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 – 플라밍고 지역
플로리다 남단 생태계 보고
에어보트 타고 늪지대 섭렵
플로리다 횡단 41번 도로
차 세우면 모두 멋진 볼거리
먼저 플라밍고 지역은 이름 그대로 수 백 수 천 마리 붉은 홍학(플라밍고)들이 얕은 물 속에서 평화스럽게 살고 있는 곳이다. 모양은 학과 비슷하지만 색깔이 붉어 흔히 볼 수 없는 이색적인 새. 하지만 아쉽게도 생태계 파괴 때문인지 지금은 여간해서 그 모습을 보기 쉽지는 않다.
이곳은 자연 생태계의 보고다. 매너티, 앨리게이터 같은 희귀 동물이나 플로리다 퓨마 같은 멸종 위기종도 서식한다. 앨리게이터( Alligator) 악어는 일반 악어와 달리 주둥이가 길쭉하게 나와 있고 체형이 왜소하다. 이들은 플라밍고 지역의 쿠트베이 폰드(Coot Bay Pond)라는,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하는 작은 호수에 산다. 주변에 다른 호수들도 많지만 절대로 문밖 출입이나 마실 조차 나가지 않는 고집스러운 특성을 지녔다고 한다.
필자는 어디를 가나 등산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플로리다에는 산이 없으니 아예 등산은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곳 플라밍고 근처에는 왕복 10마일 정도의 ‘연안의 목초 밭(Coastal Prairie Trail)’이라는 등산로가 있어 걸어보았다. 하이킹에 갈증을 느끼던 참에 왼쪽으로는 걸프만의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걷는 맛도 좋고 오른쪽으로는 50에이커도 넘는 넓디 넓은 3개의 공원 풍광을 구경하는 눈도 즐거웠다. 하지만 이 길은 등산로라고는 해도 자연 생태계를 살펴보기 위한 산책로에 가깝기 때문에 힘 안들이고 쉽게 걸을 수 있다.
플라밍고에서 대충 구경을 마치고 다시 마이애미 쪽으로 올라오면 41번 하이웨이를 만나 서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가다 보니 길 옆에 악어들을 사육하며 묘기를 보이는 곳들이 많다. 또 플로리다 특유의 보트 투어 하는 곳도 있다. 에어보트라고도 하는 이 배를 타면 갈대밭이든 늪지대든 가리지 않고 쾌속으로 달리는데 이곳이 아니고서는 맛볼 수 없는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
41번 서쪽으로 계속 가서 샤크밸리를 지나면 빅 사이프리스라는 삼나무 보호구역이 나온다. 방문객 안내소 뒤에 있는 산책로를 따라 보호구역 안으로 들어가면 사이프리스 나무들이 꽤나 들어차 있는데 옛날 벌목업자들이 무분별하게 벌목을 해서 지금은 많이 줄었다고 한다. 더욱이 전에는 무릎 높이까지 늘 차던 물이 지금은 거북이 등짝같이 쩍쩍 갈라져 있어 물고기들의 생사는 고사하고 그나마 남아 있는 삼나무의 생존 문제까지 불안해 보였다.
지면관계로 여러 곳을 한꺼번에 소개하려니 처삼촌 벌초하듯 대충 넘어가는 것 같아 독자들께는 참으로 미안하다. 다시 41번 서쪽으로 바다 끝까지 가면 왼쪽으로 매크로(Marco)라는 섬이 나온다. 이곳은 돈 많은 부자들이 마이애미 팜비치보다 더 많은 산다는 곳이다. 섬 안으로 들어가 보면 그야말로 딴 세상이다. 집들은 전부 대저택일이고 차고 앞에는 고급차들이 즐비하다. 뒷쪽으로는 집집마다 고급 요트와 큰 배들도 보인다. 이곳에 와 보니 천국이 멀리 있는 것도 아닌데 저 집 주인들과 뭐가 달라 같은 사람이면서도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나 싶다.
▶여행 메모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은 마이애미 남서쪽으로 50마일 거리에 있다. 1번 길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오면 플로리다 시티를 만나는데 이곳에서 9336번 남서쪽 끝까지 가면 나오는 막다른 종점이 곧 플라밍고다. 플라밍고 방문자 센터에서 시작하는 1시간 남짓 에어보트 투어는 꼭 타보기를 권한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섬 사이 늪지 구석구석을 누비는 에어보트 투어는 짜릿한 재미와 교육 효과를 동시에 채워준다.
▶김평식
여행 등산 전문가. 꾸준히 여행칼럼을 집필했으며 ‘미국 50개주 최고봉에 서다’ ‘여기가 진짜 미국이다’ 등의 저서가 있다. 연락처= 213-736-9090
김평식 / 여행 등산 전문가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