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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차별은 없다

내가 거의 매일 찾는 노스헴스테드 비치 공원에 사인이 붙어 있다. 우리 타운에는 증오와 차별이 허용되지 않는다. 내 딸이 사는 맨하셋 거리에도 비슷한 푯말이 도로변에 꽂혀 있는 것을 보았다. 사인은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그리고 한국어로 되어 있다. (바닷가 공원 트레일에는 한글로 조개류 채취 금지 사인도 있다) 롱아일랜드 노스헴스테드는 뉴하이드파크, 그레잇넥, 맨하셋, 포트워싱턴 등 소득 수준이 높고 학군이 우수한 지역이다. 타운이 인종 간 갈등이나 차별을 금지하는 사인을 부착한 것은 이 지역에 소수인종, 특히 아시안이 많이 집을 사 들어오는 데 따른 ‘예방 조치’의 의미가 강한 것 같다.

8월 초 그레잇넥 사우스미들스쿨에서 학생들의 뮤지컬 공연이 있었다. 손녀가 출연해 온 가족이 꽃을 들고 갔는데 출연자의 반 이상이 중국계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이시 타운이었던 그레잇넥은 아시아계가 대거 유입하면서 유대계가 빠져나간다고 부동산 에이전트들은 말하고 있다. 집값이 비싸고 학군이 좋은 맨하셋 타운 분위기는 그레잇넥하고 아주 다르다. 타운 한가운데 오래된 큰 성당이 자리 잡고 있고 주이시가 적어 성탄절이 되면 집집마다 등을 달고 있다. 2년 전 둘째 딸이 집을 사 이사했는데 바로 옆집에 흑인 가족, 윗집은 중국인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우한에서 시작되었다는 말이 떠돌면서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가 빈발했을 당시 타운 오피스에 증오가 존재할 수 없다는 사인이 나붙었다.

내가 사는 포트워싱턴은 ‘알맞게 섞인 타운’이다. 기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으나 나소카운티는 뉴저지 버겐카운티와 비슷하게 인종적으로 다양해지고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마음속에 차별의 잠재의식을 가지고 있다. 남을 존중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스스로 존중받을 자격이 없는 이들이다. 거리에서 흔히 발생하는 아시아계 폭행사건의 용의자들은 대개가 ‘막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는 지적 훈련이 안 되어 있기 때문에 남을 무시함으로써 자신이 우월하다고 착각한다.

나도 당했다. 몇 달 전 거리에서 쇼핑카트에 자신의 모든 것을 끌고 가던 흑인이 도로를 무단횡단하면서 나를 향해 욕을 하고 침을 뱉었다. 순간적으로 기분이 나빴지만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그는 자신이 불우하게 된 책임을 남에게 돌리고 있을 것이다. 수십 년 전 현역 기자로 일하고 있었을 때 뉴욕주 재무관은 추라는 이름의 중국계였다. 누군가가 물었다. “공직에 일하면서 보이지 않은 차별을 받고 있지 않으냐”고. 그는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면서 “차별하는 사람은 차별받는 사람보다 불쌍하다”고 덧붙였다.

뉴욕에 45년 이상 살아오면서 인종 간의 갈등은 미디어가 떠들어 대는 것보다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사는 커뮤니티에는 한인을 비롯한 소수계가 상당수에 달하나 인종 간의 갈등은 느껴지지 않는다. 여기 사는 사람들은 남에게 미움받을 일을 안 하고 따라서 미워하는 이들도 없는 것 같다. 갈등은 한쪽이 상대방을 공격할 때 발생한다. 자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들은 상대방에 대한 ‘이유 없는 증오’는 수치임을 안다. 혹시 못마땅한 일이 일어나더라도 교육과 지성의 힘으로 억제한다. 공원이나 거리에 “증오는 없다”는 사인을 부착한 것은 잘한 것 같다. 대도시 사람들은 어울리며 사는 훈련이 되어 있다. 사인은 이를 확인시켜 준다.

차별받을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도 누군가가 차별한다면 그는 마음이 메마른 사람이다. 차별은 있을 수 없다. 증오는 더욱 있을 수 없다.


최복림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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