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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한·일의 건전한 문화 교류

해마다 8월이면 일본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자연스레 그렇게 된다. 특히 올해는 도쿄에서 열린 얄궂은 올림픽 때문에 더 눈길이 간다.

누구나 알고 안타까워하는 대로, 지금 한일관계는 최악이다. 답답하기 짝이 없다. 지난 역사의 갈등에 묶여 꼼짝도 못하고 점점 더 꼬여가는 형국인데 해결의 기미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서는 걸핏하면 친일파 논쟁이다. 답답하다. 나는 기존의 친일파 논쟁과는 별개로, 오늘날에 맞는 긍정적(?) 친일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일본을 잘 알고(知日) 친하게 지내는 건강한 친일파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일본을 알아야 이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친일파=나쁜 놈’이라는 도식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답이 없다.

전에는 일본을 여행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서 그나마 마음이 놓였는데 전염병 탓에 그런 길도 꽉 막혀버렸다.



정치, 경제, 외교적으로 갈등이 커지는 중에도 문화 쪽에서는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바람직한 교류가 이어지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예를 들어 배우 심은경씨가 2020년 일본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영화 ‘신문기자’의 좋은 연기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그 여세를 몰아 올해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의 여자 사회자로 발탁되었다는 기쁜 소식이다.

그런가 하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한국영화 ‘브로커’를 감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인 배우가 한국영화에 출연한 예는 이전에도 더러 있었고 사유리처럼 방송 예능에서 활동하는 일본인도 이제는 낯설지 않다.

대중음악에서 한일 교류는 더욱 역사가 깊다. 김연자나 계은숙 같은 가수들이 일본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리며 활동했고, 조용필이나 나훈아도 한 때 일본 무대를 겨냥해 일본 노래를 많이 불렀다. 물론 일본 가수들도 한국노래를 많이 불렀다. 대표적인 노래가 ‘돌아와요 부산항’으로 미소라 히바리를 비롯한 수많은 가수들이 경쟁적으로 불렀다.

일본 사람이 작곡한 노래를 한국 가수가 불러 인기를 모은 예로는 나미가 부른 ‘슬픈 인연’이 있고, 양희은과 일본의 싱어송라이터 사다 마사시가 공동작업으로 발표한 ‘인생의 선물’도 인상적이다.

최근에는 가수 박진영의 JYP 엔터테인먼트가 선보인 일본인 신인 아이돌그룹 ‘니쥬’가 성공적으로 출발했고, 박진영 자신도 본격적 일본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오래 전 욘사마, 지우히메로 대표되는 한국 드라마 한류도 대단한 것이었다. 그 반대로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한국 작품도 많았다. ‘하얀 거탑’이나 ‘베토벤 바이러스’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다.

그밖에 일반 대중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국의 연극 극단이 일본에서 공연하고, 한국 연출가가 일본 연극을 연출하는 등의 교류도 제법 있었다.

이렇게 보면 그동안 한일 간의 문화교류는 각 방면에서 꾸준히 계속되어 왔고 이런 움직임에 앞장 서는 사람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런 이들은 글자 그대로 일본과 친한 ‘친일파’들이다. 그리고 이런 친일파는 많을수록 좋다.

기존의 친일파 틀에서 벗어나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개념을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요즈음은 유튜브 같은 온라인 덕에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일본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세상이다.

우리가 해결하지 못한 역사의 숙제 더미를 젊은 세대에게 짊어지라고 떠넘기는 것은 비겁하고 무책임한 일이 아닐까?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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