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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여성, 장애, 돈…그리고 입양

여성, 장애, 쌍둥이, 돈 그리고 감춰야 할 비밀. 도통 공통분모를 찾기 힘들지만 분명히 있었다. 본지가 ‘룩킹포맘(Looking for Mom)’ 프로젝트를 통해 소개한 입양인들의 공통점은 오히려 70~90년대 한국의 사회적 실체와 한계를 명확히 한다. 전후 불우한 국가였다는 점이 분명하지만 오늘의 우리에게 반면교사가 되어야 할 이유가 있다.

# 여성이 해외 입양될 가능성이 남성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남존여비의 관념이 반영된 것이다. 친자식을 포기할 때 아들이냐 딸이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딸이 더 좋다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지금의 젊은 부부들의 표현과 전적으로 배치되는 현실이 그때는 존재했다. 남존여비는 뿌리깊은 성차별로 이어져 사회 발전과 국가의 성장을 저해했다. 차별을 금지하는 입법활동과 사회적인 인식개선이 있어왔지만 한국사회가 이로부터 자유로워졌는지 돌아볼 일이다.

# 장애와 질병은 아이들을 포기하고 해외로 보내는 큰 이유 중 하나였다. 앨라배마로 입양와 또다른 차별을 겪었다고 토로한 아만다 파웰(유혜민)은 선천성 매독을 갖고 태어났다. 당시에도 충분히 치료가 가능했지만 아이는 유모차를 탄 채로 한 학교 교문 앞에 버려졌다. 소아마비, 구순구개열, 시청각 장애 등도 단골 이유였다. 룩킹포맘 첫 인터뷰에 초대된 킴벌리 헐리(김진아)는 구순구개열을 갖고 있었다. 갓난아이는 서울 도봉구 한 공중전화 박스에서 자정에 발견됐다. 이러다 보니 한국은 장애를 가진 친자식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 질병과 장애를 무서워하는 미신적 믿음이 팽배한 나라로 인식되기 십상이었다. 그래서 입양아들은 자라며 자신을 버린 나라에 대한 온갖 험담과 혹평을 가슴 시리게 들어야 했다.

# 쌍둥이 여아들의 입양이 적지 않다. 같이 태어나 공동운명체이어서 그런지 버림도 같이 받는다. 60~70년대 여아 쌍둥이는 일종의 금기시되는 분위기였다. 전쟁의 피해를 받고 타국의 지배를 받았던 민초들이 충분히 믿을 만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입양된 이후 30~40년이 지나서도 50세가 다 된 입양 한인들이 그런 억측이 한국에서는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믿는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시애틀에 사는 김명자 김문자 쌍둥이는 “여아 쌍둥이가 저주라고 믿는 분위기가 지금도 한국에 있다면 친부모를 찾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 비밀은 누구에게나 있다. 한국전쟁 이후 20만 명의 아이들이 해외에 입양되면서 비슷한 숫자의 비밀도 생겨났다. 엄마가 미혼모이거나, 다인종 커플 사이에서 태어났다거나,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은 관계에서 태어난 아이는 일단 소중한 생명으로 인정받기 어려웠다. 입양이 결정되기 쉬운 존재가 되는 것이다.

# 돈은 해외 입양의 가장 중요한 동기 중 하나였다. 74년 덴마크로 입양 간 레미 젠슨(조성국)은 인터뷰에서 경찰이 고아원이나 입양 기관의 상납을 받았거나 용돈을 받았다는 정황을 듣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놀랍고 허탈했지만 당시의 ‘해외 입양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수요 공급의 균형을 갖기 위해서는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부산의 길거리에서 미아로 발견된 그는 두 살 때 복지원에서 만들어준 새 이름과 호적등본을 갖고 덴마크 입양 길에 올랐다. 사실상 그에게 남아있는 친부모와 친가족에 대한 서류나 기억은 사라진 것이다. 조씨의 양부모는 그를 코펜하겐 공항에서 맞이하는 데까지 당시 가장 비싼 자동차 가격 정도를 지불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모든 미아들이 이런 식으로 무조건 해외에 입양됐다고는 믿고 싶지 않다. 하지만 비싼 자동차 값에 맞먹는 돈은 결국 누구의 주머니로 갔을까.

20만 명의 입양인들은 한국의 ‘사라지지 않은 과거’이며 ‘현재의 숙제’이다.


최인성 / N팀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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