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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열며] 도쿄 올림픽 관전

내 어릴 적, 할머니 집에 가면 삼촌들은 한 살 아래인 사촌 남동생과 나에게 유도인지, 씨름인지 불분명한 싸움을 붙이곤 했다. 나는 씨름이 뭔지도 몰랐지만, 어른들이 시키니까 그냥 양손으로 남동생의 허리춤을 꽉 잡고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워낙 순한 남동생은 나보다 덩치도 더 크고, 힘도 세었지만 쪼그만 누나가 하는 대로 그냥 넘어가 준 듯하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안창림은 조국 대한민국에 동메달을 안겨주었다. 그는 재일교포 3세로서 일본에서 뛰어난 유도선수였다. 일본은 아직도 재일 조선인 정책으로 몇 대째 터를 잡고 사는 재일 한국인들을 차별하는 정책을 거두지 않고 있다. 모든 운동선수가 바라는 꿈의 무대 올림픽에 나가려면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고, 조부모와 부모님, 그 자신이 여태 지켜온 한국 이름도 버려야 했다. 그는 한국 이름을 버릴 수 없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한국으로 건너와 한국인 유도선수로 살아갈 결심을 한다. 그는 피나는 노력으로 이번 도쿄올림픽을 준비했고 그의 가슴에 자랑스러운 태극마크를 달았다. 동메달을 따고 시상식장에 선 안창림…, 펄럭이는 조국의 국기를 바라보며 애국가를 부르는 그의 모습에서 나는 진한 감동을 하였다.

소설 ‘파친코’는 일본에 사는 한인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 재미 한인 1.5세인 이민진 작가의 이 소설을 읽으며 일본의 범죄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재일 한인들을 사회적으로, 도덕적으로, 일본사회의 지도층에 세우지 않겠다는 일본 정부의 직업 차별정책 때문에 공부 잘하는 영특한 한인 자녀들도 결국 파칭코 사업 같은 사회적으로 좋은 시선의 대상이 아닌 하류층에 묶이게 됨을 이민진 작가는 세상에 펼쳐내어 보인다.

재일 한국인인 세계적인 기업가 손정의 역시 특출한 수재였으나, 한인에게는 선생님이나 국가공무원 같은 직업에 제한이 있어 그는 결국 장사하는 경영인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민진 작가는 인터뷰에서 “현대의 일본인에게는 일본의 과거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할 것은 과거에 대해 제대로 알고 현재를 성실하게 사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그녀는 일본 속에서 한인들이 겪어온 차별로 인한 고통스러운 삶을 소설을 통해 역사처럼 기록해 놓고 있다. 이 책이 세계 여러 나라에 읽혀 알려지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 생각한다. 현대의 일본과 재일 한인을 향한 그의 시선은 옳다고 생각한다. ‘파칭코’의 첫 문장이 그의 생각을 대변하고 있다.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괜찮다.”

2020 도쿄올림픽이 끝났다. 그동안 여러 경기를 TV로 시청하며 즐거웠다. 그중에 유도경기를 보며 내 일곱, 여덟살 때의 기억도 떠오르게 했다. 안창림 선수로 인해 재일동포들의 삶도 잠시 생각하게도 했다. 우리도 조국을 떠나 이 미국에 살면서 일부 지각없는 자들이 피부 색깔로인종 간 편을 가르는 것을 보기도 하지만, 이민자들에게 미국 정부의 차별은 없다.

언제 한국에 나가면 이제 60이 훨씬 넘었을 그 사촌 동생을 찾아볼까? 만약 다시 씨름을 겨루어 본다면 내가 이길 것은 뻔하다. 그는 절대 나를 안 이길 테니까….

뼈 부러질 헛 공상을 하며 웃는다.


이경애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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