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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철수 속병클리닉] 헬리코박터균, 내시경 진단이 가장 정확

고정관념을 깬 이야기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연구성과로 오스트레일리아의 의학자 배리 마샬과 로빈 워런이 200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소화성 궤양뿐만 아니라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는 위암, 특히 위임파선 종양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세균과 종양의 관련성을 발견함으로 헬리코박터 연구는 암질환을 치료하는데도 큰 공헌을 한 셈이다.

위염 및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발병 원인이 박테리아 감염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규명하는데 단초를 제공한 이는 워런 박사이다. 병리학자인 워런은 생체검사를 통해 위 점막에 구부러진 형태의, 조그만 박테리아가 기생하고 있음을 발견하고 박테리아가 관찰된 위 점막 가까이에서 염증이 나타나는 것 또한 처음으로 관찰하게 되었다. 이에 약 100명의 환자를 검사해 본 결과 특정 유기체 즉 헬리코박터균이 모든 위염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환자에게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1983년에 헬리코박터균이 소화성 궤양 질환에 연루된다는 가설을 의학계에 처음 제안하기에 이른다.

마샬 박사는 위 점막의 조직을 떼어내어 균의 배양에 성공했다. 마샬은 헬리코박터균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스스로 이 균을 먹어 급성위염을 앓기까지 했으며 그 후 여러 항생제를 먹고 나서 자신의 증세 회복과 헬리코박터균의 박멸을 증명하였다. 즉, 특정 미생물과 특정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코흐의 가설(Koch‘s Postulate) 그 자체를 증명했다고도 볼 수 있다. 위험을 무릅쓰고 자기 자신을 실험용으로 써 가며 연구한 그야말로 흥미로운 일화이다.



마셜과 워런 두 의학자가 이끈 헬리코박터균 연구의 과학성도 높이 평가해야겠지만 이 연구에서보다 중요한 것은 고정관념을 깼다는 데에 있다. 1980년까지만도 학계에서는 “위에는 강한 위산이 있기에 아무런 미생물이 자라날 수 없다”라는 말이 정설인 양 받아지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 워런 박사의 “위 속에 균이 살고 있다”라는 주장은 당시 학계에서는 도전적 행위이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위 속에는 강한 위산 때문에 아무런 생물도 살 수 없다‘라는 생각은 옛날부터 뿌리 깊게 각인됐던 하나의 고정관념이었는지 모른다. 위 점막에서 세균을 발견한 것은 워런 박사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100년 동안에도 병리검사에서 위 점막 안에서 세균을 본 적은 여러 차례 있었고 발표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 위 점막의 세균은 검사하는 과정에서 인공적으로 오염된 것으로 가정했으며, 세균을 분리하여 배양할 생각은 미처 못했다. 위대한 발견은 고정관념을 깨는 데에서 비롯된다고 말해도 좋을 듯싶다.



#현철수 박사 = 조지타운대병원내과, 예일대병원위장, 간내과 전문의 수료. 스토니부룩의대, 코넬의대 위장, 간내과 임상교수, 뉴저지주 의료감독위원회 위원, 재미한인의사협회 회장 역임. 아시안 아메리칸 위암 테스크포스와 바이러스 간염 센터를 창설, 위암 및 간질환에 대한 켐페인과 문화, 인종적 격차에서 오는 글로벌 의료의 불균형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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