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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원망과 서운함

온라인을 통해 월마트에 사진을 주문했다. 1시간 만에 출력을 해 주는 편리함 때문에 종종 이용한다. 오전 10시에 준비가 된다고 해서 10시 20쯤 도착을 했는데 기계가 고장 나서 사진이 아직 준비가 안 되었다고 한다. 고지식한 편이긴 하지만 세상일이 언제나 계획대로 차질 없이 움직이지 않는 다는 것쯤은 알만한 나이이다. 기계 고장 뿐 아니라 살다보면 더한 일도 갑자기 일어날 수 있다. 불편했던 것은 종업원의 당당한 태도였다. 그가 죽을죄를 지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고객의 잘못도 아니지 않은가. 어쨌거나 아침부터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아버지가 쓰러지셔서 갑자기 한국에 다녀왔다. 위독하신 상태였지만 이나마 정신이 온전할 때 함께 시간을 보낸 것에 감사하며 돌아왔다. 한 가지 서운한 것이 있었다면 출가자로서 더 똑바로 살라고 하시는 아버지의 다그침이었다. 나름 열심히 살고 있고 보통 이상은 하고 있는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이 뿐이 아니다. 직장동료나 배우자와의 갈등 경제적 곤란함 등은 위의 예와는 차원을 달리한다. 젊은 시절 해외에서 겁 없이 밤거리를 거닐다 강도를 만난 일이 있다. 지갑만 뺏겨 다행이었지 만약 신체적 상해라도 입었다면 그 분함을 어찌 감당했을까 싶다. 연쇄살인범에게 형을 잃은 분함과 억울함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못하고 정신병원을 전전하던 동생의 기사가 쉽게 잊히질 않는다. 수억대의 돈을 사기 당한 사람들을 보면 월 300불 받고 있는 필자로서는 그들이 감내했을 분노와 고통을 감히 상상조차 하기도 어렵다. 사고로 자녀를 잃은 사람들과 실종자 가족들의 삶은 또 어떠한가. 이 세상을 '고통공화국'에 비유하신 어느 철인의 말에 이의를 달지 못하는 이유이다.

종교의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하나가 안심(安心 편안한 마음)을 얻기 위해서이다. 원망심과 서운함만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면 우리는 꽤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나를 먼저 살펴야 한다.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다. '내로남불' 하지 말라고 쉽게 이야기 하지만 분별과 주착 아상을 버리지 못한 중생들에게는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대부분 종교에서 잘못된 일이 있을 때 남보다 자신을 먼저 살필 것을 강조한다. 예의 월마트 직원은 할 말이 없었을까. 내가 월마트 직원이라 해도 지금과 똑같은 생각을 할까.

둘째 모두가 은혜임을 알아야 한다. 한 끼 밥에 체했다고 밥을 원수로 아는 사람은 없다. 내가 신뢰하고 감사히 여기는 사람에게는 서운한 마음이 생겨도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그 사람이 내게 베푼 것에 대한 감사함이 저변에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이고 큰 은혜를 아는 사람은 섭섭함과 원망이 오래 갈 수 없다.

셋째 인과에 바탕한 생활을 해야 한다. 세상에 짓지 않고 받는 일은 하나도 없다. 옆 집 부부싸움 때문에 시험공부를 못했다면 원망심을 낼 수도 있지만 밤새 TV 보느라 시험을 망쳤다면 누구도 원망할 수 없다. 모두가 내가 지어 받는 것임을 안다면 서운함과 원망심이 줄어들 것이다. 괴로운 일이 있으면 사죄를 하라 하신 말씀도 잘 새겨봐야 한다.

drongiandy@gmail.com


양은철 교무 / 원불교 미국서부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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