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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궁수의 역설과 이민자의 삶

걱정과 함께 시작된 ‘2020 도쿄 올림픽’도 막바지로 치닫는다. ‘코로나19’로 1년이나 지나 열린 올림픽이었다. 관중도, 스타도, 수익도 없다고 해서 ‘3무(無)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올림픽이 되었다. 역대 최소 규모의 개회식은 썰렁한 올림픽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시상식도 거리 두기를 한 채, 메달리스트는 마스크를 쓴 채 쟁반에 놓인 메달을 자신이 직접 걸어야 하는 이번 올림픽은 우울한 올림픽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럴 거면 굳이 위험하게 올림픽을 왜 하느냐고 쉽게 말할 수도 있지만, 올림픽 무대에 서기 위해 몇 년간 구슬땀을 흘리며 준비한 선수들을 생각하면 이렇게나마 올림픽을 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올림픽에 참가해 그간 갈고닦은 기량을 온 힘을 다해 발휘하는 선수들의 모습은 승패와 메달의 색깔을 떠나 감동 그 자체다.

대한민국에 첫 금메달을 안겨준 종목은 ‘양궁’이었다. 양궁 대표팀은 양궁 혼성 부문에서 첫 금메달을 딴 후, 여자 단체전, 남자 단체전, 여자 개인전에서 잇따라 금메달을 보태 총 5개의 금메달이 중에서 4개의 금메달을 가져오는 기염을 토했다.

양궁은 화살을 쏘아 과녁 중심에 최대한 가깝게 맞혀야 이기는 경기다. 궁수의 손을 떠난 화살이 70m를 날아 과녁 한가운데에 꽂힐 때마다 선수들의 집중력과 정신력에 힘찬 박수를 보내며 응원했다.

양궁 경기에서 활 시위를 떠난 화살이 정확하게 과녁에 꽂히는 것을 보면서 화살이 총알처럼 빠르게 직선으로 날아가는 줄 알았다.

그런데 느린 화면에 나오는 화살은 처음에는 과녁보다 훨씬 높은 곳으로 향하다 적당히 떨어지면서 과녁 가운데에 꽂히는 것이 아닌가?

화살을 과녁보다 조금 높게 조준해야 가운데로 향한다는 것은 중력이 있기에 이해할만한데 화살을 과녁 한가운데로 보내기 위해서는 약간 옆으로 쏘아야 한다고 한다. 가운데로 보내기 위해서는 옆을 향해야 한다는 역설을 ‘궁수의 역설(The Archer’s Paradox)’이라고 부른다.

목표를 향해 때로는 약간 높게, 때로는 조금 옆으로 조준된 화살은 궁수의 손을 떠나 과녁을 향하는 내내 뱅글뱅글 돌면서 꿈틀대며 난다. 사람들은 화살이 나는 모습을 물고기가 헤엄치듯 난다고 한다.

그런데 내 눈에 들어온 화살은 물고기가 헤엄치듯 우아하게 나는 모습이 아니라, 용을 쓰며 나는 모습이었다. 화살은 뱅글뱅글 돌면서 때로는 휘청대고 꿈틀대며 과녁을 향해 용을 쓰며 날고 있었다.

그렇게 날아가는 화살을 보는데 이민자로 사는 우리네 인생이 보였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나라에 와서 사업하느라 용을 쓰며 살지 않았는가? 인종 차별을 당하고, 무시도 당하지만, 용을 쓰며 버텨오지 않았는가? 기껏 키워 놨더니 자기들이 똑똑해서 그렇게 된 줄 아는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용을 쓰지 않았는가?

그렇게 용을 쓰며 살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처음에 목표로 삼았던 곳이 아닐 수도 있지만, ‘궁수의 역설’에 나오는 화살처럼 옆으로 출발해서 진짜 목표 지점에 도착한 것은 아닐까?

다음 올림픽에서 용을 쓰며 나는 화살을 보기 위해서는 몇 년이 걸리겠지만, 인생이라는 화살은 오늘도 용을 쓰며 날아야 한다. 멋진 목표를 향해서!


이창민 /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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