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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는 처음이라서] 집

바둑을 둘 때 바둑판 위에서 사람들이 하는 것은 집을 짓는 일이라고 한다. 즉 상대방과 치열하게 싸워 자신의 세와 영토를 늘리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집을 많이 잃게 되면 그 게임도 지게 되는 것이다.

EBS의 건축탐구 ‘집’은 내가 가장 즐겨보는 프로그램이다.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그것을 통해 엿볼 수 있고 각기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의 집을 통하여 자신이 꿈꾸는 이상적인 삶의 모습과 최후의 안식처를 구현하는 것을 보는 것이 단순히 눈요기 이상의 의미로 다가오곤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요즘 집에 특별한 관심을 쏟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집이란 삶의 터전, 영토 그리고 안식처란 의미 이외에도 돌아간다는 뜻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사람은 하루를 아침에 집을 떠나 낮 동안 일을 하다가 저녁이면 집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마무리하곤 한다. 그런데 만약 일을 마치고 저녁에 돌아갈 집이 없다면 그의 하루는 아직도 마무리되지 않은 채 일 것이다. 보통 사람은 자신의 하루를 시작한 곳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으로 마음의 안정을 얻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집이 중요한 이유는 집이 단순히 살아가는 거주의 공간이 아니라 나중에는 그것이 사람의 삶의 일부가 되는 것이기 때문인 것 같다. 사람은 자신의 집이 아닌 곳에 가서는 편안할 수도 없고 힘을 쓸 수도 없게 되는 것이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여서 자신의 살아가는 환경과 영토와 생태계를 떠나서는 제대로 살아갈 수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이 살아가는 영토란 보통은 ‘집’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 내가 사는 집이 편안하고 나에게 잘 맞는 옷처럼 잘 맞고, 즐거운 곳이라면 나는 편안하고 즐거운 삶을 사는 것이고 지금 사는 집이 어딘지 임시적이고, 어딘지 남의 옷을 잠시 빌려 입은 것 같고 어딘지 돌아가야 할 다른 곳이 있다고 느낀다면 꼭 그만큼의 불완전하고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즉 집은 그야말로 내 삶의 공간이 되어가는 것이다.

특히 은퇴한 뒤, 점점 더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고, 그곳을 점점 더 삶의 중심이 되어 간다면 나중에는 사는 집이 내가 사는 세상이 되어 갈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살다가 거기서 생을 마감할 확률도 커지게 될 것이다. 아무리 고대광실 속에서 산다 하더라도 그 삶을 같이할 이웃도 없고 알아주는 사람도 없이 살아가고 있다면 그것을 진정한 집이라고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은 복지국가니까 내가 살아가고 있는 한 점 집을 포기하더라도 주거와 생계와 기초적인 의료문제는 나라에서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바둑판을 생각해보면 집을 잃는 것은 자신의 영토를 잃는 것과 같은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많은 이민 1세들은 자신들이 살아온 이야기들이 어디서 마무리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아직도 미국을 외국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리고 삶을 매듭짓기 위해 고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느끼는 분들도 많을 것 같다.


위선재 / 웨스트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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