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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이유 없는 죄인

길을 걷다 부지 중 누군가와 서로 부딪치면
먼저 고갤 숙이고, 먼저 하는 말

‘미안합니다’

내 쪽이 아니라 저쪽이 부딪친 것인데
상대방이 당당히 바라보고 있는 동안
온 몸이 불편한 나는 사과와 함께


괜히 더욱 죄인이 되어 고개를 숙이게 된다

왜?

손에 든 지팡이, 손으로 하는 말,
구부러진 팔 다리의 춤추는 보행,
말 한마디 하는데도 온 몸이 뒤틀려
몸 부딪친 사람이나 그 옆에 서 있는 사람에게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할 때
혀만 끌끌 차며 어이없다는 듯 가엾은 눈빛으로 보고 가는
그들이 서 있었던 빈자리의 공허함
정상인의 활보에
내 잘못이란 그저 느리고 천천히
몸의 균형을 유지하려 했던 것 뿐,
그들의 눈길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정상인의 도시생활 태도에서는
그 실마리를 찾을 수가 없다.


김현정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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