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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코로나가 바꾸어 놓은 거리 풍경

세탁소 문을 열었을 때다. 커피 내리는 동안 컴퓨터를 켜고 대충 정리를 해 놓고 빵이나 떡 아니면 빈대떡을 재봉틀 위에 올려놓고 신문을 펼친다. 커피와 빵을 번갈아 먹으면서 라디오 뉴스를 들으며 손님 들어오는 줄도 모르고 바스락거리는 빵 맛이 다디달았다.

그런데 가게문을 잠시 닫아 시간도 남아돌고 귀찮게 하는 사람도 없는 이 넓은 부엌에서 노릇노릇하게 팬케이크를 구워 먹어도 별맛이 없다.

일 할 때는 하루만 내 시간으로 쉬어 봤으면 좋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하루가 아닌 몇 날 며칠을 하는 일 없이 지내려고 하니 답답하고 불안해서 절대로 쉬는 날을 기다리지 않겠다고 다짐해 본다.

집 밖으로 나오니 갈 데도 없고, 오라는 사람은 더더욱 없고 운전대를 잡고 어디를 갈까 망설이다가 그래도 내가 가면 제일 편한 장소인 가게에 왔다. 우두커니 앉아 창밖으로 지나다니는 차며 행인들을 볼 수 있어 위안해 본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가리고 길을 건너는 사람도 있고 입만 가리고 지나가는 사람도 있다. 이제는 마스크도 패션인가 보다. 손님이 여러 가지 무늬 천을 가지고 와서 마스크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한다. 할 일도 없는데 그러겠다고 했다. 처음 만들어 보는 마스크.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본보기 삼아 만들었다. 호랑이·개·고양이도 코로나19에 걸렸다는 뉴스를 들었다. 조금 있으면 개·고양이 마스크도 주문이 들어올 것 같다.

맨해튼 병원 응급실에 근무했던 브린은 47살이다.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다 그녀도 코로나19에 걸렸다. 응급실의 코로나19 환자와 그녀가 치료한 환자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심한 우울증에 빠졌다. 친구들과 스키를 즐겼으며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맨해튼에 살았다. 버지니아에 사는 가족 모두 의사 집안이다.

그런데 7일 만에 증세가 호전되어 다시 응급실에 근무하면서 죽어가는 환자를 보며 그녀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공원을 오픈했다. 날씨가 좋은 주말에 많은 사람이 나왔다. 특이한 것은 개들을 데리고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달리거나 걷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거나 개천에서 가족들이 낚시를 즐기는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몸에 배었다. 앞에서 오는 사람이 보이면 한쪽으로 물러나 걷고 얼굴은 이미 고개를 돌려 누구인지조차 모른다. 사람이 사람을 두려워하는 상태가 되었다.

아파트 앞에 사는 사람이 누구인지 옆집에 사는 사람과도 서먹서먹한 관계로 말 한 번 건네 본 적이 없다는 사람도 있다. 자연스럽게 코로나19로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끊어진 자기만의 세계가 되었다. 개인주의가 고도로 발달한 이 시대에 또 다른 닫힌 세상이 시작되고 있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사람의 가치는 타인과의 관계로만 측정될 수 있다고 했다. 모르는 사람과 마주쳐도 ‘헬로’라는 인사였는데 하루빨리 자연스럽게 ‘헬로’가 입 밖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양주희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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