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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노을

큰 불덩이 서쪽으로 떨어지고 있다.
반짝이는 빛 수면에
일렁이며 흔들리는 금빛 바다
고개 숙인 갈매기 방파제에 몸을 뉘이고
해변가를 서성이던 여인
사진기를 계속 돌려가며
그 아득한 시간의 경계를 넘고 있다.



언어가 없던 시절
사람들은 붉은 단풍을 들고 일몰까지 걸었다고 한다.
꼭 기억해야 할 일처럼.
거대한 해가 몽땅 사라지는 절대의 순간,
사진기에 담을 수 없는 영혼은 어디로 가나요?
퍼덕거림, 소란스러움, 위태로운 생,
빈집에 촛불 밝히듯
자신의 온몸을 태우고 있는 것일까?
주름진 물살 따라 조용히 하루의 강을 건너고 있다.

해 떨어지는 소리 없는 소리
가장 부드럽고 밝은 빛,
일몰의 시간

내 생의 노을도 그럴 수 있다면


이춘희 / 수필가·롱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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