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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황혼의 인생

아파서 홀로 앓고 누우니 아무도 없는 내 주위가 공허하고 적막하다.

지난 주 저녁 미사에 참석했다. 한기가 뼛속까지 파고들어 간신히 미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고 했던가. 오한으로 온 몸이 떨려 밤새 한숨도 잠 못들다가 새벽녘에 겨우 눈을 붙였다. 아침에 눈을 뜨니 머리가 깨질 듯 아파 아내 생각이 굴뚝 같았다.

한국에 잠시 다니러 간 그 사이를 못 참고 덜컥 병이 난 것을 보면서 아내의 조석 수발이 얼마나 중요했나를 절실히 느낀다.

우환 중인 나를 지난 밤 자정에 저승사자가 데려가지 않은 것을 보면 염라국 명부에 내 이름이 아직 등재되지 않은 것 같다. 80세에 저승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 할 일이 남아 못간다고 전해라라는 노래 가사가 생각났다.



아내 앞에서는 늘 큰소리 치고 살지만 막상 아내 없이는 한시도 못사는 한심한 위인이 나라는 사람이다. 마지막 생을 마감하는 날이 올 테지만 외롭게 홀로 간다는 것이 얼마나 서러운가를 이번에 처음으로 실감했다.

‘요즘 병이 많아 약해져 서러운데/ 친한 벗들도 태반이 떠나가는구나/ 오직 구름과 솔과 사슴만 벗하여/ 첩첩산중에 홀로 늙어가는구나.’

사명대사가 임종 전에 남긴 시이다. 임진왜란 승병장으로 기골이 장대하고 도술에 능했다. 왜장 가토 기요마사(가등청정)에게 추상 같은 불호령을 하던 기개는 어디 가고 홀로 병들어 인생을 마감하는 길목에서 시를 남겼다. 대사의 외로움에 연민의 정이 느껴진다.

인생의 마지막 길에 느끼는 감회는 덕이 높은 고승이나 일반인이나 비슷한 것 같다. 이래서 인생 무상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리라. 평생이 꿈속이고 허망한 것을 무엇 때문에 탐욕으로 서로 싸우고 사는지 모르겠다. 허무한 인생이다.


이산하·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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