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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추억 속 여름 풍경

창밖 나뭇잎이 손짓한다. 화씨 96도의 더운 날씨다. 그나마 부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이 푸른 눈요기를 베풀어 주니 고마운 일이다.

호박 잎이 축 처졌어도 무화과 잎은 그대도 싱싱하다. 눈이 점점 무거워지자 벌떡 일어나 앉는다. 고향의 여름은 어땠나 떠올려 본다.

한여름 논둑 밭둑 지나 앞마당에 들어서니 친구의 어머님이 대청마루에 앉으라 한다. 뒷마당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땀방울을 금세 날려준다.

점심 밥상에 오른 하얀 쌀밥과 오이지를 기억해낸다.



깊은 우물물이 얼음처럼 찼으리라.

그 우물에서 건져 올린 수박이 꿀같이 달았으리라 믿어진다.

그날 저녁 시원한 콩국수의 구수한 뒷맛도 아직 기억한다.

그 시절 살았던 용인도 변했으리라. 초저녁 들려오는 다듬이 방망이 소리의 장단이 좋았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또는 시누이 올케가 두드리는 방망이 소리는 어디에 내어 놓아도 어울리는 하모니요, 현대음악에도 맞는 시원한 리듬이 아닐까. 홍두깨를 더하면 더욱 클래식 하리라.

'석빙고 아이스 케이크'를 마음대로 사먹지는 못했으나 무거운 통을 들고 다니며 ‘석빙고 아이스 케이크’를 외치는 소년들의 철철 흘러내리는 땀방울은 눈에 선하다.

얼음을 써는 소리, 얼음집 아저씨가 자기 키만한 톱으로 얼음을 자르는 소리는 들어본 사람만이 아는 한여름의 스케이팅이다.

해운대 백사장에서 모시조개가 맨손으로 잡히곤 했다. 동해의 바닷물은 파도가 높은데다 발만 담가도 소름이 돋을 만큼 찼다.

정릉이나 자하문 밖 골짜기에서 가재잡이로 심심치 않게 여름을 보냈다.

같이 하던 친구들, 다 어디 있을까. 물냉면 한 대접씩 앞에 놓고 여름 이야기로 이 한더위를 식혔으면 좋겠다.


문 영·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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