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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망경] 하늘에 사람이 나르샤

병동환자 매튜가 하는 말을 직원들이 잘 알아듣지 못한다. 나 또한 그의 말을 다 알아듣지 못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거의 다 파악한다. 그의 심중을 눈치로 때려잡는다. 매튜는 자기를 이해하는 나를 좋아한다.

정신과 의사는 환자의 말을 귀담아듣는 일이 천직이다. 환자가 어떻게 말하느냐 하는 점에 대하여 냉정한 평가를 하면서 무슨 말을 하는가, 하는 내용(content)보다 어떻게 말하는가, 하는 형식(form)에 더 신경을 쓴다. 폼생폼사다.

말이 즉 생각이다. 말의 형식이 일반인들과 크게 어긋나는 경우에 ‘formal thought disorder, 형태적 사고장애’라는 전문용어를 쓴다. 바쁜 세상에 사람들 간에 오고 가는 의사소통은 일단 구색만 갖추면 너끈히 통한다.

생각의 앞뒤가 심하게 맞지 않는 상태를 ‘looseness of association, 연상의 이완’이라 일컫는다. 생각을 기차에 비유해서 ‘derailment, 탈선’이라고도 하지. 달리는 기차를 지탱하는 힘은 튼튼한 철로에서 온다. 당신이 격식에 맞는 말만 골라서 할 때 내 귀에 기적 소리가 들리는 착각이 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생각의 형식과 내용이 다 심하게 망가지면 ‘incoherence, 지리멸렬’이라 한다. 법정에서 변호사의 변론이 지리멸렬하면 재판에 지는 것은 따다 놓은 당상이다. 생각의 질서가 그토록 중요하다.

환자들의 말이 혼잡스러울 때 직원들이 짜증을 내는 경우가 많다. 어쨌든 나는 매튜를 편애한다. 말을 전혀 못 알아들어도 내가 편안한 태도를 취하면서 잠자코 있으면 자기 말을 알아들은 것으로 기분 좋은 오해를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래도 좋다, 하는 마음이다.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는 일은 논리가 아니라 직관에 의존한다는 면에서 예술에 가깝다. 단적으로 말해서 소통은 예술이다.

예술가들의 특권은 기존체제의 틀을 벗어나는 새로운 풍조를 일으키는 데 있다. 형태적 사고장애가 있는 사람은 언어의 예술가일지도 모른다. 그의 말은 앞뒤 문맥이 맞지 않고 예정된 결론이 없기 때문에 얼른 이해하기 힘든현대시와 비슷하다. 단, 구태의연하게 전개되는 수필 형식의 시, 또는 깨달음을 역설하는 현대시는 예외로 삼는다.

샤갈(Marc Chagall, 1887~1985)의 그림이 늘 마음에 든다. 검푸른 하늘에 사람이 날아다니고 생선이나 염소가 등장하는 그의 그림이 좋다. 매튜가 내게 얼토당토않게 데데거릴 때 나는 샤갈의 그림을 보는 기분이다. 샤갈도 매튜도 뜬 눈으로 꿈을 꾸면서 그림을 그리거나 말을 하는 것이다. 나는 어떤가.

앙드레 브르통(Andre Breton)과 필립 수포(Philippe Soupault)의 공저 ‘The Magnetic Fields’라는 시집을 읽는 2021년 여름이다. ‘automatism, 생각이 흐르는 대로 시를 쓰는 자동기법(自動技法)’을 시에 도입한 몇 년 후에 초현실주의를 선언한 정신과 의사 출신 시인 브르통을 생각하면서 ‘낚시면허’라는 제목으로 이런 시를 썼다.

(전략)… 검열 당국 직원들이 바캉스 떠나고 없는/ Paris 한적한 교외, 저도 도시의 자율신경을 믿어요/ 금빛 물고기를 잡아야겠어/ 펄펄 뛰는 채로, 눈부신 파도를 헤집고/ 튀어 오르는 물체, 젖빛 여름 하늘 구름 쪽으로/ 내빼다가 퍼덕퍼덕 잡고 잡히는 당신//


서량 / 시인·정신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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