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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부딪히고 깨지는 게 청춘 뿐이랴!

생명 있는 것들은 몸부림 친다. 부딪히고 허덕이며 서로 부둥켜 안고 산다. 몸부림은 살아있다는 생명의 알람 장치다. ‘몸부림(Struggle)친다’는 목표 달성을 위해 고통을 감내하며 온갖 수단과 방법으로 애쓰는 것을 말한다. 새들도 죽을 때는 몸부림치며 파닥거린다. 생명이 끊어질 때까지 날갯짓을 멈추지 않는다. 우리집 이층에 달린 큰 유리창에 새들이 머리 박고 죽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새들은 맑고 투명한 유리창을 하늘로 착각하고 날기를 계속하다 죽는다. 머리가 부딪혀 상처 입은 새들은 차가운 패티오 바닥에 떨어져 얼마간 가쁜 숨을 몰아쉬며 퍼덕이다가 종국에는 날갯짓 멈추고 숨이 끊어진다.

동물이던 새들이던 인간이던 목숨줄 끊어지는 것을 보는 것은 슬프다. 새들이 투명한 유리창이나 도로 변에 세운 방음벽을 피하지 못하는 것은 유리를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치 앞도 못 보는 인간과 다를 바 없다. 유리 건너편이나 유리에 반사된 곳으로 가기 위해 비행하다가 유리창에 부딪힌다. 인간은 두 눈을 멀쩡하게 뜨고도 헛것을 좆아 돈키호테처럼 돌진하다 충돌한다. 맹금류를 제외한 대부분의 새들은 천적을 경계하기 위해 눈이 머리 측면에 있다. 때문에 시야가 좁아져 유리창 같은 장애물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인간은 눈이 얼굴 앞면에 있어 잘 보이지만 앞뒤를 못 가리고 달리다 벽에 부딪혀 낙마한다. 새들은 중력을 이기고 날기 위해 평균 시속 36-72 km정도로 비행해야 하는데 유리창에 충돌하며 그 충격으로 뇌손상을 일으켜 죽음에 이른다.

슬픈 날갯짓 하는 것이 새들 뿐이랴! 인간도 목숨 걸고 몸부림 친다. 벽에 부딪혀도 날갯짓 멈추지 않고 날기를 지속한다. 허들이나 장애물을 만나면 뛰어넘고 성장한다. 스스로 생명의 방주를 만들고 살아남을 궁리를 한다. 부딪히고 깨지고 변화하는 게 청춘이다. 청춘만 깨지는 것이 아니다. 중년도 노년도 살다 보면 어느 순간 깨지고 싶어진다. 무엇인가를 위해, 죽기살기로 온몸으로 부딪히고 싶을 때, 누군가를 위해 한 줄의 시를 읊고 싶을 때, 살별이 꼬리 내리고 그대 곁을 스쳐갈 때, 익숙하게 살아온 생의 풍경이 낯설어질 때, 벼락 내리듯 울컥 사랑으로 목이 메일 때, 순하게 길들여진 삶의 담장을 넘고 싶을 때, 올려다 보는 하늘빛이 유난히 다를 때, 유리벽을 깨고 날고 싶어진다

어릴 적엔 맨땅을 걷다가 잘 넘어졌다. 땅을 안 보고 하늘을 보거나 산만하게 곁눈질하다 무릎이 자주 벗겨졌다. 지금도 책상 모서리에 부딪혀 자주 멍이 든다. 스마트폰 보며 산보하다가 가로수에 머리 박히는 일이 발생한다. 넘어지고 자빠지고 벼랑 끝에 서 있어도 이제 낙마하지 않고 뒤돌아 오는 방법을 안다. 녹색연합에 의하면 연간 800만 마리의 새가 도로 방음벽이나 건물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다. 보기 좋은 투명 방음벽은 새들에는 죽음의 유리벽이다.

나만의 속도로 달리면 부딪히고 깨질 일이 적어진다. 남의 속도와 성공을 모방하며 앞만 보고 달리면 유리벽이 있는 줄 모르고 날다가 부딪혀 깨진다. 온몸으로 몸부림치며 견뎌내지 않으면 생은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나의 하늘은 나만이 날갯짓 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슬픈 날갯짓이 될지라도 나만의 우주를 창조하는 비상은 아름답다. 굴곡 지고 때묻은 시간 털어내고 푸른 창공을 날아갈 퍼덕이는 심장의 소리를 들어보라.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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