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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뒤늦게 백신 접종을 받은 이유

지난해 코로나 백신이 보급되기 시작했음에도 최근에야 1차 접종을 받았다. 초등생 시절 독감 주사를 맞고 심한 부작용으로 고생한 일이 있고 기관지까지 안 좋아 백신 접종을 미뤄왔었다. 특히 기저질환 등 건강에 문제가 없는 일부 접종자들이 백신 접종 후 급사했다는 소식에 두렵기도 했고 지난 15개월 넘게 마스크와 손 세정제에 의존해 잘 버텨왔기에 계속 조심하면 될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로이터]

[로이터]

그런데 최근 확진자 중 백신 미접종자가 많다는 뉴스에 일부에서는 백신을 안 맞는 것이 ‘남 생각 안 하는 이기적인 행동’이라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일부 시 정부 및 회사들이 백신 접종을 안 하면 출근을 불허하고 있어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접종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져 백신을 맞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얼마 전 UC에 다니는 딸아이가 가을학기부터 백신 미접종자의 경우 등교 및 수강을 불허한다며 백신 접종을 해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로 고교 졸업반과 대학 신입생이 누려야 할 추억거리를 모두 날려버린 큰 아이가 이번엔 혼자서만 백신 접종을 해야 하기에 가족들이 함께 접종하기로 했다.

어바인 지역 접종장으로 다섯 식구가 갔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서인지 예전처럼 긴 줄을 서야 하는 불편함은 없었다. 그런데 바로 앞에서 주사를 맞은 10대 청년이 갑자기 쓰러졌다. 의료진이 바로 응급조치에 나서 청년은 안정을 되찾았지만 그 모습을 지켜본 대기자들 사이에 불안감이 엄습함을 느낄 수 있었다.

식구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맨 먼저 백신주사를 맞았다. 다행히 우려했던 주사 부작용은 없었지만 온종일 현기증이 지속됐다. 다음날 새벽부터는 몸살에 걸린 듯 근육통과 미열 증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몸살과는 확연히 달랐다. 마치 뭔가가 온몸을 훑는 듯한 느낌이었고 조금만 움직여도 기운이 빠져 결국 이틀간 병가를 냈다. 사흘째 되니 근육통이 완화돼 회사에 나가긴 했는데 피로감에 무기력해지는 현상은 수일간 이어졌다. 아내도 비슷한 증상을 보였으나 세 아이들은 접종 부위가 불편할 뿐 다른 증상은 보이지 않았다. 접종 반응이 사람마다 제각각이라는 사실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백신 접종을 하니 일단 마음이 편해지고 또 주변에서 ‘잘한 일’이라며 격려까지 해 주니 맞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주가 2차 접종 예정일인데 지인들 대부분이 2차 접종 후유증이 더 심했다고 해 출장을 끝내고 맞기로 했다. 출장지인 샌타바버러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니었다. 여행객들이 많아서 그런지 거리는 물론 실내에서도 마스크 쓴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한인 일행과 식사를 위해 마스크를 쓰고 다운타운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한 타인종 중년 여성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며 “따르릉, 따르릉”하는 듯 “칭총칭총” 소리 내는 것을 들었다. 일행들이 서로 마주 보며 “이거 뭐지? 우리한테 한 말인가”하며 당혹스러워하는 사이 자전거는 빠른 속도로 멀어져 갔다. 지금껏 수차례 샌타바버러를 방문했지만 이번 같이 싸늘한 시선을 느껴보긴 처음이었다. 심지어 말을 걸어도 대꾸를 안 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코로나 사태로 아시안 증오와 차별이 급증했다던데 바로 이런 거구나’ 몸소 체험하고 나니 씁쓸함이 가시질 않았다.

감염력이 강력해진 변이 바이러스로 확진자가 다시 급증세를 보이며 재차 팬데믹이 오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개개인의 사정이 있기에 무조건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은 물론 타인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백신이 유일한 만큼 2차 접종에 나서야 할 듯싶다. 하지만 여전히 예전 부작용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어, 팬데믹을 극복하고 아시안 증오 사태가 조기 종식하는데 일조하는 것이라는 자기 최면이 필요할 것 같다.


박낙희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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