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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예술이던 시절의 영화

홀리비스츠(Holy Beasts)

‘닥터 지바고’에서 타냐 역을 맡았던 제랄딘 채플린은 ‘홀리비스츠’에서 한물간 노배우 베라 역을 맡아 영화가 예술이던 1970년대의 분위기를 되살린다. [Film Movements]

‘닥터 지바고’에서 타냐 역을 맡았던 제랄딘 채플린은 ‘홀리비스츠’에서 한물간 노배우 베라 역을 맡아 영화가 예술이던 1970년대의 분위기를 되살린다. [Film Movements]

겨울이면 생각나는 영화 ‘닥터 지바고’(1965). 위대한 사랑의 주인공들인 유리 지바고(오마 샤리프)와 라라(줄리 크리스티)를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이 작품을 인상 깊게 본 영화팬이라면 고상하고 기품 있는 지바고의 부인 타냐를 기억할 것이다.

무성영화의 전설 찰리 채플린의 딸, 극작가 유진 오닐의 손녀로 더 잘 알려진 배우 제랄딘 채플린이 아버지의 대를 이어 영화에 데뷔하면서 맡은 첫 번째 역이 바로 타냐였다.

채플린은 그 후 타냐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의 역들을 소화하며 매우 특이한 경력의 배우로 변모한다. 아버지 찰리 채플린의 삶을 영화화했던 1992년작 ‘채플린’에서 자신의 할머니 역을 연기하여 그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아버지 찰리는 제랄딘이 8세 때인 1952년 영국으로 여행을 떠나는데 매카시즘이 극성을 부리던 당시 미 당국은 ‘공산주의자’ 채플린의 재입국을 거부한다. 제랄딘은 발레리나가 되기 위해 런던 로열발레스쿨에 들어가지만 곧 중단하고 모델 생활을 하고 있던 중, 미국 영화의 거장 데이비드 린 감독에 의해 처음 배우로 발탁된다. 린 감독은 제랄딘의 매력적이고 귀여운 미소를 보고 그녀를 ‘닥터 지바고’의 타냐 역에 캐스팅했고 제랄딘은 그해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다.



제랄딘 채플린의 최근작 ‘홀리비스츠’는 ‘아트 필름’에 대한 그녀의 애정이 담긴 작품이다. 영화가 지금처럼 산업의 한 분야이기 이전, 영화인들이 영화를 예술로 인식하고 작업하던 시절의 향수와 예술적 정서를 그리고 있다. 예술가들이 동지의식으로 함께 모여 파티를 열고 정열을 불사르며 영화 만들기 작업에 몰두했던, 영화가 홀연히 예술이던 시절이 70년대 도미니카를 배경으로 ‘영화 속 영화’의 구조 안에서 묘사된다.

한물간 노배우 베라(제랄딘 채플린)는 그녀의 절친한 친구였지만 살해된 불운의 영화감독 장 루이 조지의 유작 스크립트를 발견하고 이를 영화화하기로 마음먹는다. 베라는 장 루이가 주로 활동했던 산토도밍고를 로케이션으로 정하고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호출한다. 그 중엔 베라, 장 루이와 함께 영화 작업을 오래 했던 헨리(우도 키어)도 있다. 이들은, 늙은 댄서 베라와 그녀 주변의 젊은 댄서들 그리고 안무가(키어)의 관계 속에서 진행되는 뱀파이어 영화를 만들기 위해 제작 회의에 들어간다. 뱀파이어는 당연히 B급 호러영화의 대명사 키어의 몫이다.

장 루이 조지 감독의 삶을 기록한 다큐로 기획됐던 영화는 결국 초현실주의 뱀파이어 극영화로 마무리된다. 실존했던 70년대 도미니카 B 무비의 대가였던 장 루이 조지에 대한 오마주. 노배우 채플린이 몸과 표정으로 드물고 특이한 연기를 펼친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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