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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오지랖과 참견 그리고 ‘꼰대’

그때 그 시절은 지나갔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도 장롱 속에 금송아지 키우던 날도 흘러갔다. 시간만 지나간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세월 속에 떠내려갔다. 기억하고 회상하는 것들도 실체가 없어 부풀리고 떠벌려 봤자 실속 없는 메아리다.

‘꼰대’는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을 비하하는 은어다. 꼰대의 특징 중 하나는 오지랖이 넓고 남의 일에 참견하기 좋아한다는 것이다. 꼰대의 어원은 영남 사투리인 ‘꼰데기’와 프랑스어 ‘콩테(Comte)’에서 유래됐다는 주장이 있다. 번데기처럼 주름이 자글자글한 늙은이라는 의미에서 ‘꼰데기’라고 부르다가 ‘꼰대’가 되었다는 설명이다.

영국 공영방송 bbtv.two에서 오늘의 단어로 ‘꼰대(Kkone)’를 선정했는데 ‘자기가 항상 옳다고 믿는 나이든 사람’이라는 주석을 달고 괄호 속에 -그리고 당신(꼰대)은 항상 틀린다-고 꼬집은 것은 재미있는 발상이다.

나이가 꼰대를 만들지 않는다. 젊은 꼰대가 더 무섭다. 젊은 사람이 꼰대 의식에 빠지면 꼴불견이다. 늙은 꼰대를 마주하면 지루하고 짜증나지만 젊은 꼰대를 만나면 한심하고 자가발전적이고 독선적인 행보에 당혹스럽고 불쾌하다.



‘나 홀로 모든 걸 다 알고 있다’며 식견이나 고견을 늘어놓는 사람은 주변을 피곤하게 만든다. 인터넷과 유튜브, 소셜미디어나 정보 매체 통해 알만한 것들은 모두 다 아는 세상이다. 필요한 정보는 검색하면 금방 뜬다. 그런데도 자기 홀로 아는 것처럼 장황하게 지식을 과시하는 사람은 피하고 싶어진다. .

시시각각 유튜브 내용을 캡쳐 해서 보내는 분들의 과잉서비스 또한 꼰대 의식의 발로로 추정된다. ‘내가 아는 것을 너도 알았음 좋겠다’는 ‘불친절한 금자씨’다.

대화의 기술은 상대방을 배려하고 듣고 싶고 나누고 싶은 애기를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불필요하게 남의 일에 뛰어들거나 오지랖이 넒은 사람도 꼰대의 영역에 들어갈 확률이 높다. 세상에 조언이나 충고만큼 불필요한 대화는 없다. 친한 사이에도 충고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꼰대들은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면서 오지랖을 떨거나 조언을 빙자해 추궁을 일삼는다. 본인 앞가름도 못하는 주제에 타인에게 인생 조언이랍시고 훈수를 두는 것은 ‘너나 잘 하세요’라는 비웃음 사기에 딱 좋다.

영어 ‘Lucture’는 명사로는 ‘강의’나 ‘강연’이지만 동사로 ‘Lecture somboday’ 할 경우 ‘훈수를 두다’ ‘잔소리를 하다’로 권위주의적인 잔소리를 뜻한다. ‘Don’t lecture me (잔소리 끄세요)’는 틴에이저 자녀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나이에 상관 없이 생각이 점점 굳어져 갈 때, 내 말만 하고, 내가 옳고 남이 틀렸다는 우월감이 들 때 ‘꼰대’로 고착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꼰대로 낙인 찍히지 않기 위해선 ‘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자각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타인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꼰대다. 헨리 키신저는 ‘자신의 도덕적 우월성을 확신하는 사람들 보다 더 위험한 존재는 없다.’고 했다.

살아보면 그게 다 ‘그기’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오래 살았다고 지난 시간 자랑할 일 없고 어떻게 살았는지는 혼자 생각하고 되새김질 하는 게 정답이다. ‘그 때는 틀리고 지금이 맞다. 말하지 말고 들어라. 답하지 말고 물어라.’ 이 세가지 계명을 지키면 꼰대 명단에서 탈출이 가능하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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