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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코로나 사태의 진정한 영웅들

전염병이든 전쟁이든 자유를 빼앗긴 공간에서 산다는 것은 감옥이며 지옥이다. 코로나 팬데믹 비상사태 선포로 자유를 제한 당하며 16개월을 살아왔다.

알베르 카뮈가 1947년에 발표한 재난소설 ‘페스트’는 흑사병 공포로 인한 인간 삶의 파괴를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그 소설의 내용이 74년이 지난 오늘의 코로나 사태를 예견했거나 미리 알고 집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할 정도로 현 상황과 비슷하다.

알제리 해안 도시, 오랑에서 피를 토하며 죽은 쥐떼들이 여기 저기서 발견된다. 의사 리외는 이것이 페스트의 초기 징조라 진단하고 정부 당국에 페스트의 심각성을 알리고 대비책을 요청한다.



정부는 반신반의하며 지체하다가 환자들이 급증하고 사망자가 발생하자, 비로소 비상 사태를 선포한다. 방역 체제로 도시 출입을 봉쇄하자 시민들은 공포와 혼란에 빠진다. 정부의 방역팀은 우왕좌왕 방역시간을 놓치고 환자 격리, 시체 처리, 도시 출입통제의 공권력 외엔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의사 리외는 시간이 생명을 구한다는 사명감으로 환자 치료와 방역 퇴치 등 페스트와 과감히 맞서 싸운다. 공포와 죽음의 도시에 갇힌 시민들은 속수무책, 파리 목숨을 달고 일상을 견딘다. 하늘의 구원을 구할까 교회로 달려 갔지만, 신부는 페스트가 사악한 인간에게 내린 하느님의 징벌이니 회개하라고 설교한다.

사회적 재난을 기회로 독과점, 밀수, 밀매로 자기의 이익만을 챙기는 얌체족과 범죄자도 발생한다. 그들은 도시의 전염병이 더 오래 지속되기를 바란다.

페스트를 태워 죽인다면서 환자의 집을 방화하는 사건, 빈집을 털어가는 약탈 사건, 각종 테러 사건 등 무질서의 도시 오랑은 결국 폐쇄되고 만다.

전염병으로 정부가 통제하는 사회 속에서도 여러 유형의 인간 군상들이 출현하고, 또 다른 사건들이 부수적으로 뒤따른다. 오늘날 코로나 재난을 겪는 우리 사회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인간 유형과 사건들이다.

미온적인 대처와 탁상행정으로 시간을 보내는 소설 속의 정부처럼 코로나 확진자가 감소되면 모범방역이라 자랑하고 증가하면 시민들의 모임 숫자를 제한하는 것이 최상책이라는 현실은 소설과 비슷하다.

혼란을 틈타 상술과 독점판매로 이익을 챙기던 이기적 인간처럼 코로나 방역의 수단인 마스크, 손소독제, 체온계, 면역 의약품 등으로 대박을 친 기업들도 많다.

의사 리외가 공익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것처럼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묵묵히 헌신한 의료진의 손길, 방역 물품의 나눔을 실천한 단체, 방역 자원봉사자, 사회적 질서를 지킨 시민 등 이들 모두가 진정한 영웅들이었다.

도시 출입의 봉쇄로 발이 묶였던 리외의 친구와 프랑스의 신문기자는 의기투합해 의료봉사대를 조직한다. 회개 기도만이 살 길이라 외치던 신부도, 페스트로 아들을 잃고 낙심하던 판사도 봉사대에 합류한다.

마음과 뜻을 모아 재난에 대응해 싸운 노력으로 페스트는 사라지고 자취를 감췄던 쥐들이 다시 눈에 띄기 시작한다.

주인공 리외는 “병원체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변이해서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른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코로나 백신이 개발되어 집단면역을 형성해 가는 중에 또 델타 변이가 검출됐다니 걱정이다.

재난을 극복하는 힘은 ‘대응하고자 하는 정신과 헌신적인 노력’이라는 교훈을 얻는다.


이보영 / 전 한진해운 미주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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