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평식의 신 미국유람] 둥둥 바다 위 세계에서 제일 긴 다리
<12> 체사피크 베이브리지-터널
15년 난공사끝 1964년 완공
끝없이 이어진 길 ‘장관’
해저 터널 구간에선 ‘섬뜩’
체스피크 베이브리지(Chesapeake Bay Bridge)는 세계에서 제일 긴 다리다. 복잡한 원래 이름(Lucius J Kellam Jr Bridge)따로 있지만 버지니아주 체사피크만에 있다 해서 흔히 체사피크 베이 브리지라고 부른다.
이 다리는 체사피크만 입구 매릴랜드 본토와 델마바 반도를 연결하는 다리로 버지니아주 동쪽 해안에서 대서양 바다 가운데로 나가 매릴랜드주와 델라웨어 주로 넘어가는 곳에 있다. 다리 길이만 자그마치 17.6마일(28.4km). 말이 17마일이지 100리에 가까운 다리가 망망대해에 떠 있다고 상상해 보시라. 활같이 휘어있는 다리가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통행료 (편도 차당 15불)를 지불하는 톨게이트에는 개스 눈금을 꼭 확인하라는 경고문까지 붙어 있다.
그렇다고 그냥 길기만 한 다리는 아니다. 망망대해 바다 위를 달리면서 양쪽으로 펼쳐지는 경관은 아름답기로도 정평이 나 있다. 대서양 바다 위를 시원스럽게 달리는 기분은 흥분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다리 중간중간 두 군데나 바다 밑으로 들어가는1마일 길이의 왕복 2차선 해저 터널 구간도 빼 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높은 산을 뚫고 들어가는 터널이 아니라 바다 밑을 지나는 터널이기 때문에 터널 입구를 들어가면서부터는 혹시나 하는 우려와 함께 약간의 겁도 난다.
체사피크 베이 브리지는 1949년 11월에 착공하여 10여년이 지난 1964년 4월15일 완공됐다. 처음 공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이 다리는 절대로 완공을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을 정도로 어려운 난공사였다. 그래서 지금도 토목건설 분야에선 세계 7대 불가사의라고 일컬어질 정도다. 실제로 바다 위와 속을 헤집고 하는 공사였던 것만큼 공사 중 희생된 인명도 굉장히 많았다고 한다. 이 다리가 개통됨으로써 다리 양쪽은 육지로 돌아가는 거리에 비해 153Km, 약 1시간 반을 단축시키는 효과를 거두게 되었다.
다리 안쪽 체사피크만은 미국 해군사관학교와 미국 최대 해군 기지가 있는 아나폴리스와 미국의 심장부인 워싱턴DC, 볼티모어 등 큰 도시들을 끼고 있는 곳이다. 따라서 드나드는 선박 통행도 굉장히 많은 중요한 해로다. 지금까지 필자가 다녀본 경험으로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5개의 만(Bay)이 제일 큰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이곳에 와서 보니 샌프란시스코만은 말 그대로 ‘깜’도 안 된다.
해저 터널은 다리 중간중간 네 곳에 인공섬을 만들고 그곳을 통해 드나들 수 있도록 입구와 출구를 만들어 놓았다. 첫 번째 인공섬에 도착하면 바로 터널로 들어가서 다음 인공섬으로 나왔다가 다시 다음 터널로 들어갔다 마지막 인공섬으로 나오게 되어 있다. 이는 두 군데의 터널 위로 군함이나 대형 선박이 통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첫 번째 인공섬에는 방문자 안내소를 겸한 식당과 선물가게가 있고 피어도 있어 낚시 좋아하는 사람은 만경창파를 바라보며 망중한을 즐기기엔 아주 딱이다. 다리 북쪽 끝의 피셔맨스 섬에는 아담하고 깨끗한 단독 건물에 웰컴센터 방문객 안내소가 나온다. 여기서 끝까지 다리를 건너가도 좋고 되돌아 버지니아쪽으로 가려면 통행료는 5불만 내면 된다.
다리 구경을 왔다면 인공섬 쉼터에 반드시 차를 세우고 둘러보는 것이 좋다. 안 그러면 다리와 바닷속 터널 지난 기억밖에 안 남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몇해 전 필자가 방문했을 땐 다리를 다 건너 톨게이트를 지나 얼마 안 가면 참한 한국식당이 있었는데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다. 만약 있다면 바닷속을 헤메느라 울렁거린 속을 얼큰한 육개장으로 다스려주는 것도 괜찮으리라.
# 여행메모
체사피크 베이브리지는 워싱턴 DC나 해군사관학교가 있는 아나폴리스 등을 방문할 때 꼭 한 번 들러보면 좋다. 시작은 버지니아주 주도인 리치몬드에서 64번 동쪽으로 약 100마일 정도 가면 다리 진입로가 나온다. 통행 요금은 편도 기준15달러다 처음 통과 후 24시간 내에 반대방향으로 돌아오는 차량에 대해서는 두번 째 요금 징수 시 5달러만 내면 된다. 허리케인이 자주 오는 여름철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
김평식 / 여행등산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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