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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앤 테크놀로지] 비대면 시대의 작가 스튜디오,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

강원도 춘천시 근교에 위치한 김차섭·김명희 작가 스튜디오. 2021년 6월. [사진 변경희]

강원도 춘천시 근교에 위치한 김차섭·김명희 작가 스튜디오. 2021년 6월. [사진 변경희]

비대면 시대를 맞이한 지 어언 2년째다. 2020년의 3월부터의 일 년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매일 열 시간이 넘도록 컴퓨터와 전자기기에 매달려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과 소통하고자 노력하였다. 미술계에서 비디오 아트 작가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작품 파일을 전송하고 송출하게 된 것이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1984년 백남준 작가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라는 작품을 인공위성으로 전송하여 프랑스, 미국, 독일, 한국에서 동시에 송출할 수 있었다. 이천 500만 명이 동시에 관람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80년대 중반에 네 나라에 작가 스튜디오를 설치, 운영하는 이는 드물었다.

하지만 이메일의 등장과 이어서 휴대폰 등 개인 전자기기의 상용화로 세계는 보다 가까운 연결 가능한 공간이 되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뉴욕과 베를린, 혹은 뉴욕과 런던 등에 스튜디오를 가진 작가들이 늘어났고 이런 와중에 뉴욕 출신의 한국 작가 김차섭·김명희 부부는 강원도 시골과 뉴욕 소호에 작업실을 운영하였다. 하지만 이들의 작업실 운영은 다른 작가들과는 달랐다. 국제전화와 인터넷, 현지 직원 채용을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두 군데 혹은 그 이상의 작업실을 통제하고 운영하는 대신에 일 년에 반은 뉴욕에서 나머지 반은 강원도 시골에서 시간을 나누어 작업활동을 지속하였다.

공간의 선택은 고립의 미학을 추구한 이들이 원하는 대로 인적이 드문 시골길 너머 한적한 구석이었다-산과 호수가 가까운 자연 속에 파묻힌 그런 곳. 하지만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는 인터넷과 휴대전화의 통신 기반은 90년대 중반 강원도 외톨이로 시작한 작가의 작업실이 세계인과 소통하도록 도왔다. 뉴욕의 지인들은 강원도 시골 작업실을 부러워하였고 순례의 대상이 되었다. 바쁜 일정 중에서도 하루 혹은 이틀 시간을 마련하여 작업실을 찾았다. 시골 인구의 감소로 더는 학생들을 받지 않는 폐교를 작업의 공간으로 장만하였다. 이것은 유엔에서 2015년 채택한 전 세계의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결의를 20년이나 앞서가는 비전이 있는 결단이었다.

미술작가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후원자와 주문의 주체가 되는 기관들이 많이 모여있는 지역에서 작업실을 마련하고 활동하였다. 하지만 1960년대부터 대지 미술 작가들이 보여주는 것처럼 갤러리 시스템이 가져갈 수 없는 혹은 후원자들이 소유할 수 없는 작품들을 만들고자 하는 운동이 등장하였다. 동아시아 미술사에서는 일부러 은둔형으로 낙향하여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들도 있었다. 낙향하여서도 미술 거래 활동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다. 세상이 그들에게 등을 돌린 적은 있어도 그들은 세상과 끊임없이 소통하고자 하였다.



김명희 작가는 소셜미디어를 적절히 사용하여 가장 아날로그적인 작업실 환경에서 세계의 미술 커뮤니티와 소통한다. 겨우 전기와 가스가 들어와서 만족한 버려진 학교 건물은 태양광 발전기와 휴대전화 신호기가 완비된 최첨단 작업실이 등장하였다. 이런 공간에서 학교 칠판에 오일파스텔로 언젠가 교정에서 웃고 떠들었던 흔적의 어린 시절 추억과 인물을 그린다. 칠판 한구석의 스크린에는 확장된 공간이 나타난다. 시공간을 초월한 활동의 무대가 자유롭게 등장하고 사라진다. 김차섭 작가가 애호하는 세계지도는 작업실의 연결성을 잘 보여준다.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현대미술 작가들이 언제나 어디서나 창작의 특권을 누리고 관객들과 소통하게 한다. 미술 활동의 가장 아날로그적이며 원칙적인 사실적인 소묘를 통한 재현으로 명성을 떨친 김차섭 작가, 관계의 미학을 구상적인 인물화로 승화시킨 김명희 작가의 강원도 산골 작업실에서 디지털 연락망을 통한 소통의 임팩트를 느낀다.


변경희 / 뉴욕주립대 교수·미술사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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