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굳은 살
작정을 하고 못들을 뽑기로 했다. 멍 자국들로 가득한 지하실, 못다 한 말들을 뽑는다.굳어버린 살들이 구멍에서 쏟아져 통곡한다. 당신들도 혈액형이 있나요?
썩은 어금니처럼 술술 빠지기도 하고 뿌리 깊은 나무처럼 억지와 고집이 쌔다.
당신들도 궁합을 따지나요? 나무와 못, 못과 벽 사이의 눈물은 따뜻한 계란으로도
치료할 수 없다. 망치질하다 전류가 흐르는 고통을 만졌을 때 누구 가슴에 못 박는
일은 아무나 못 한다는 걸 알았네. 가슴에 박힌 못 빼는 일이 망치로 대못 박는 것
보다 어렵다는 것도 내가 아닌 내가 되어보니 알겠네. 단단한 무게의 아픔들을 들여다본다.
휘어지거나 꼬꾸라지거나 으깨어졌거나 상관없이 둥근 흠집을 채워본다.
대가리 없는 못 하나 내 몸에서 빠져나간다.
최경숙 / 시인·뉴저지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