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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로제토 효과와 한인타운 효과

동부 펜실베이니아주의 ‘로제토(Roseto)’는 이탈리아계 이민자들이 정착해 만든 마을이다.

1960년대 이 마을 주민들을 진료하던 의사들은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로제토 주민 중 심장병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유난히 적다는 점이었다. 로제토 마을 사람들은 술과 담배를 즐기고 육식을 좋아하고 과체중인 사람도 많았기에 더욱 이상했다.

연구자들은 로제토 인근에 있는 ‘방고(Bangor)’와 비교해 연구했다. 방고는 로제토와 같은 식수원에서 물을 공급 받고, 같은 병원에서 치료 받으며, 또 같은 이탈리아계 이민자들로 만들어진 마을이었다. 비슷한 조건의 두 마을을 비교 분석한 결과 로제토 주민들의 심장병 사망률은 방고의 절반에도 채 미치지 못했다.

로제토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건강한 원인을 의학적으로 설명하긴 어려웠다. 이 현상은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되었다. 연구자들은 20세기 초 미국에 이민 온 이탈리아계 이민자들이 로제토에 정착할 때 지도자 역할을 했던 ‘니스코(Father de Nisco)’라는 신부를 주목했다.

니스코 신부는 마을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참여와 교육이 필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로제토 주민들에게 미국 시민권을 얻어 투표하라고 독려했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라고 적극적으로 권했다. 마을을 단장하기 위해 꽃씨를 나누어주고 꽃을 가장 아름답게 키운 사람에게 상을 주기도 했다.

니스코 신부를 비롯한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로제토 마을에는 고유의 문화가 생겼다. 마을 사람 중 누군가가 죽으면 이전에 있었던 갈등을 뒤로 하고 죽음을 함께 애도했다. 부모가 사망하면 그 집의 아이들을 마을 전체가 책임지겠다는 무언의 약속도 있었다.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가족이 경제적으로 파산했을 때 그 가족을 돕는 것 또한 공동체가 하는 일이 되었다.

로제토 마을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가 자신을 보호해줄 수 있다는 확신, 내가 위기에 처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나를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그 확신과 믿음은 이민자로서 힘겨운 삶을 꾸려나가는 원동력이 됐다. 공동체적 요인이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이런 현상은 로제토 효과라고 불렸다.

안타깝게도 로제토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1970년대를 기점으로 전통적인 의미의 공동체가 붕괴했다. 사람들은 공동체에 대한 기여보다는 개인의 삶을 우선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로제토의 전통적인 공동체 문화를 답답하게 생각한 젊은이들은 대학 교육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떠났고,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공동체의 가치가 흔들리면서 로제토 마을 사람들의 심장병 사망률은 급격히 오르기 시작해 방고를 비롯한 다른 지역과의 차이도 사라졌다.

로제토 마을의 이야기는 공동체가 우리 건강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말해 준다. 세상이 어수선하다. 이럴 때일수록 주위 사람들을 돌아볼 때다. 서로 돕고, 사랑하면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한인타운 효과’를 만들어보자.


이창민 /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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