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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OC 한인사회엔 특별한 것이 있다

타 지역 한인들은 OC 한인들을 두고 “점잖다”라거나 “느긋하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 오랜 세월 굳어진 이미지라 그런지 OC 사람들도 그다지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편이다.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이런 말을 하는 이나 듣는 이나 OC 한인사회가 타 지역에 비해 뛰어나거나 모자란다는 식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경험적으로 볼 때 점잖다, 느긋하다는 말이 과히 틀리진 않기에 그러려니 하는 것뿐이다.

점잖고 느긋하다는 말은 한민족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은근, 그리고 끈기와 일맥상통한다.

OC 한인단체들은 어떤 이슈가 터졌을 때 대개 LA 한인단체에 비해 대응이 늦는 편이다. 많은 경우, 이는 단체의 인력(맨파워)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삽시간에 번지는 들불처럼 확 타오르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OC 한인들은 서서히 타오르지만 그 열기는 오랜 기간 지속한다. 은근하게 타오르는 스타일이다. 이는 장기간에 걸쳐 무언가를 이뤄내는 끈기로 연결된다.

이제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OC 한국전 참전 미군 용사 기념비 건립 프로젝트는 그 대표적인 예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2010년 시작됐다. 당시 김진오 한인회장은 “한국전이 시작된 지 60년이 지났다. 더 늦기 전에 한국을 위해 희생한 미군을 기리는 참전용사비를 건립하자”며 한인회 산하에 기념비 건립준비위원회를 만들었다.

김 전 회장은 임기가 끝난 뒤 준비위원회를 독립적인 참전용사비 건립위원회로 바꾸고 기념비 건립 자금 마련에 나섰다. 동분서주하던 김진오 건립위원회장은 2016년 5월 26일 기념비 자금 후원을 받기 위해 한국 출장 중 심장마비로 급서했다.

김 전 회장과 공동 회장을 맡았던 오구 전 한인회장까지 2018년 별세함에 따라 건립위원회는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다.

하지만 노명수 회장과 박동우 사무총장 등 건립위원들은 다시 힘을 냈다. 두 전 회장의 뜻을 이어 꼭 기념비를 건립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건립위원회는 2019년 말 샬롬합창단의 기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모금 캠페인을 전개했다. 그런데 또 고비가 찾아왔다. 뜻하지 않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찾아온 것이다. 누구를 만나 기부 권유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 장기화했지만 건립위원회는 포기하지 않았다. 각계 인사에게 편지를 보내며 기념비 건립의 필요성을 알리고 설득했다.

건립위원회의 노력은 여러 한인을 움직였다. 유명 인사는 물론 평범한 주민, 익명을 요구한 독지가의 기부가 이어졌다. 멀리 타주, 한국에서도 여러 개인, 단체가 관심을 갖고 기부금을 보내왔다. 한국 정부도 건립위원회의 꾸준한 노력을 인정, 23만6000여달러를 지원했다. LA총영사관은 이를 측면 지원했다.

건립위원회는 한국전 당시 서울 수복일인 9월 28일 기념비 준공식을 열 예정이다. 혹시 공사가 지연돼도 연내 완공은 확실하다고 한다. 11년에 걸친 OC 한인사회의 노력과 참여가 머지않아 결실을 맺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는 그깟 100만 달러(기념비 건립 총예산) 정도는 독지가 1명의 기부만으로도 모을 수 있다고 할지 모른다. 맞는 말이다. 타 지역에선 개인의 거액 기부 소식도 종종 들려온다. OC에선 한인단체의 프로젝트에 그 정도 거액을 기부한 사례가 없다. 어쩌면 OC 한인사회의 한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오랜 기간에 걸쳐 많은 이의 기부로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것 또한 큰 의미가 있다.

11년 걸려 기념비를 세운다고 그리 놀랄 필요는 없다. OC 한인사회의 은근과 끈기를 보여준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지난 2019년 개관한 OC한인회관은 무려 40년 동안 한인들이 모은 기금으로 마련됐다.

곧 건립될 기념비는 한인회관에 이어 OC 한인들이 은근과 끈기로 일군 큰 성취다. 동시에 OC 한인사회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음을 보여주는 랜드마크가 될 것이다.


임상환 / OC취재담당·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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