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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으로 읽는 책]

조금씩 먹는 간식이 나의 패스트푸드였는데, 식탁의 의식(儀式)을 상기시키는 접시도 식기도 없이 먹을 수 있고, 계획하고, 구매하고, 준비해야 하는 지긋지긋한 음식에 대한 복수이기도 했다. 365를 두 번 곱한 식사, 프라이팬과 냄비 가스에 올려놓기 9백회, 깨트린 수천 개의 달걀, 뒤집은 수많은 고기, 비워 낸 수천 개의 우유 팩. 모든 여자가 해야 할 당연한 여자의 일. 곧바로, 그처럼, 직업을 가진다 해도, 내가 음식 만드는 일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단지 남자라는 이유로, 매일 하루에 두 번,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이 있는가.

아니 에르노 『얼어붙은 여자』

1940년생 작가의 1981년 작품이니 일정 부분은 시차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에도 ‘여자의 삶’의 본질에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남녀의 차이를 존중하지 않는 정말 색다른 방식으로 키워진” 소녀가 학교, 연애와 결혼을 통해 여자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재구성했다. 육아와 가사노동에 지쳐 가는 주인공은 ‘82년생 김지영’을 떠올리게 한다. 주인공의 인생에 최고의 행운은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힘이자 폭풍인 동시에, 아름다움이자 만물에 대한 호기심이고, 내게 미래를 열어 보여준 분이자 그 무엇도 그 누구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인물이었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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