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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길동무

기독교 고전 중의 하나인 ‘천로역정’은 믿음의 먼 길을 가는 이야기다. 믿음이 멸망의 도성을 떠나 구원의 성까지 가는 동안 많은 동행을 만나게 된다. 그들과 길동무가 되어 가게 되지만 어떤 상황을 만났을 때 어느 동행은 딴 길로 가버리고 또 새로운 동행을 만나고 하면서 진실한 길동무가 누구인지 이야기는 말해주고 있다. 믿음이 가는 길이 쉽지는 않지만 중단하지 않고 끝까지 나아가야 하는 진리의 길임을 전하고 있다.

믿었던 경제적 제도에서 밀려나 집과 그곳에서 꿈꾸었던 안정된 삶을 잃고 길 위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 놓은 책 ‘노마드 랜드’에는 길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이 끝없이 등장한다.

길지 않은 시간 같은 길에 서게 되면서 좋은 이웃이 되고 사심 없는 친구가 되어 같이 가고 함께 지낸다. 헤어지기 전까지 좋은 길동무가 되어 어려운 길 위에 삶을 도와주고 도움받으며 살아나간다. 최소한으로 감량한 생활방식을 통하여 산다는 것의 의미와 즐거움과 함께 하는 길동무의 깊은 의미를 살려내고 있다.

바다에서 잡은 생선을 산채로 운반해야 하는 활어운반에는 바닷물로 채운 수조에 같은 생선만 넣지 않고 고약한 생선 한 마리 넣어주어야 그 생선들이 죽지 않고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고 한다. 반갑지 않은 위험한 길동무가 자칫 지루하여 힘 빠지는 장거리 이동에도 활력을 잃지 않게 해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다. 이상한 전염병이 우리 삶에 끼어들어 원치 않는 길동무가 되어서 많은 어려움도 있지만 생각지 못했던 새롭고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여 나쁜 길동무의 좋은 역할을 생각하게 하고 있다. 긴장하고 조심하여 어쩔 수 없이 동행하게 된 이 친구를 잘 다스리면 앞으로 사람들이 사는 길에 어떤 보탬이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좋은 길동무를 만나는 것은 큰 복이라 할 수 있다. 혼자서 가면 한 시간 거리의 지루한 길이 누구와 같이 가면 반 시간으로 느껴지는 것이 동행의 즐거움이고 삶의 또 다른 가치를 깨닫는 것이 길동무의 귀중함이다. 적군으로 만난 국군과 북한 병사가 짧은 시간이지만 함께 하게 되고 같은 말을 쓴다는 공통점과 이념을 넘는 같은 민족이라는 동질감에 마지막 싸움에 어깨를 나란히 한다.

시골 농부 산초 판사는 때를 놓친 돈키호테를 만나 온갖 궂은 일을 겪지만 순수한 기사 정신과 동행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지중해 어느 섬으로 가든 발길은 그리스인 조르바로 자유롭게 사는 영혼을 만나고 있다. 2000년 전 유대 땅에 빛으로 오신 스승을 따르던 제자들은 그가 기대를 벗어나게 맥없이 십자가에서 죽는 것을 보고 낙담하여 시골길을 재촉하여 도망간다. 그때 알 수 없는 인물과 동행하게 된다. 시간이 지난 후에 자기들과 대화하며 뜨거운 가르침을 주던 그 길동무가 죽은 줄 알았던 스승 예수인 것을 깨닫고 신비의 큰 힘을 얻어 도망쳐 왔던 예루살렘으로 힘차게 돌아서 간다. 진실로 복 있는 길동무를 그들은 만나고 있었다.

어린 시절 계산 없이 만났던 친구들이 변함없이 그 동행을 지켜가며 평생의 벗이 된다. 굳이 글자 새겨 맹세하지 않았어도 참으로 어렵고 풍랑은 뱃길 같은 삶의 여정에서 끝나는 날까지 믿음직하게 같이 가며 그 기쁘고 즐겁고 슬프고 어두운 길에 길동무가 되어 우리를 살게 한다.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동행이 되자고 약속한 짝이 되는 사람과 같이 가는 길은 길동무를 넘어 참 귀한 약속의 한 사람이 된다. 약속을 얹은 길동무이기에 어느 동행보다 귀중하게 끝날 때까지 지켜나가야 하는 함께 가는 길이다. 복 있는 길동무가 되어주는 예수는 그래서 최고의 위안을 주는 약속의 말씀을 우리에게 주었다.

“내가 너희의 세상 끝날까지 항상 함께 있겠다.”


안성남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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