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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인복(人福)이 있는 사람

어떤 분을 만났는데 평생을 돌아보면서 하고 싶은 말이 인복이 있어서 고마웠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인복이라. 인복은 사람 복이 있었다는 말로 나를 도와준 사람이 많았다는 뜻입니다. 당연히 인복이 있으면 좋은 겁니다. 저는 인복이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면 행복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인복이라는 말을 풀어보면 사람을 만나서 행복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인복이 있으려면 인덕(人德)이 있어야 할 겁니다. 인복과 인덕은 상호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인복과 인덕은 같은 뜻으로 설명됩니다. 분명히 느낌이 다른 말인데도 같은 말로 설명되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인복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일 겁니다. 인덕이 없는 사람에게 인복이 있을 리 없으니 인복이 있는 사람이라면 인덕이 있다는 증거도 될 겁니다. 내가 사람들에게 인덕을 베풀면 내게도 인복이 다가옵니다.

인덕은 주로 내가 평가하는 것이 아니니 내가 인덕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면 그저 좋은 답만 들을지도 모릅니다. 인덕이 정말로 있어서 그런 대답을 듣는 것이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대답을 하는 사람에게 괴로움이 될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괴롭힌 것이니 나에게 인덕이 있었다고 볼 수 없겠네요.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오히려 인덕이 없다는 증거가 되겠습니다.

반면에 인복은 내가 다른 사람을 떠올리면 됩니다. 내가 인복이 있었는지를 생각해 보려면 내게 고마웠던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입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떠오르는가요? 나는 인복이 있는 사람인가요? 인복의 시작은 가족입니다. 내 부모를 다른 부모와 비교하는 것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죠. 나를 낳아준 부모가 안 고마운 사람이 있겠냐마는 실제로는 집안마다 저마다의 사정이 있습니다. 부모 자식 간에 만나지 않는 집안도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부모와 자식은 인복의 시작입니다. 부모와 자식이 복이기 바랍니다. 복은 덕의 다른 말임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좋은 벗은 인복의 핵심입니다. 여기에서 오해해서 안 되는 것은 벗은 어릴 때 만난 사람만 벗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평생 우리는 수많은 벗을 만납니다. 그래서 인복은 쌓여가는 겁니다. 인복이 없다고 여기는 사람은 더욱 좋은 사람을 만나야 인복이 쌓입니다. 벗은 나이 차이와도 크게 관계가 없습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사람이 많습니다.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아니라 만나서 편한 사람도 인복입니다. 만나면 행복해지는 사람이 인복이기 때문입니다. 학교나 직장에서 만난 사람, 동네에서 만난 사람도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인복이 있는 겁니다. 그리운 사람이 있다면 고마운 사람이 있다면 행복한 것이 아닐까요?

내가 인복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사실 인복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그것을 인복이라 생각 못 하며 사는 순간들이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인복이라는 말이 어렵습니다. 그런데 주변을 돌아보면 괴로운 인간관계가 가득 보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봐도 인복은커녕 악연으로 보이는 사람이 잔뜩 있기도 합니다. 그런 사람이 내 가까이 있다는 게 더 괴롭기도 합니다.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나를 만나서 괴로운 사람도 있겠지요. 나를 만난 것이 행복인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저는 더 많은 덕을 쌓아야겠습니다. 인덕(人德) 말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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