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In] 찜질방에서 부딪친 두 개의 권리
권리는 ‘해도 되는 행위’다. 법률상 정의를 쉽게 풀어쓰면 그렇다고들 한다. 사전적 뜻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봤다. 내가 A라는 행위를 해도 된다는 것은 남이 간섭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뜻이다. 그러니 간섭해선 안 되는 것들이 권리라고도 할 수 있다.예를 들어 자유롭게 행동하고 생각할 수 있는 권리(자유권), 차별받지 않을 권리(평등권),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국가에 요구하는 권리(사회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참정권) 등이 그 종류다.
이 중 ‘평등권’이 최근 한인사회에서 큰 논란을 불렀다. 평등의 시험대는 LA한인타운 찜질방이었다.
논란은 ‘위 스파(Wi Spa)’라는 업소가 트랜스젠더라고 주장하는 남성의 여탕 출입을 허용했다면서 한 여성 고객이 거세게 항의하는 영상을 SNS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여성은 동영상에서 이렇게 외쳤다. “남성이 여성 전용 구역에 들어와도 괜찮다는 겁니까? 아직 어린 여자 아이들도 있는데 그 앞에서 성기를 다 드러내도 괜찮다는 겁니까? 위 스파는 그걸 허용한다는 겁니까?”
영상은 순식간에 온라인으로 확산했고, 급기야 1주일 뒤 찬반 시위대가 업소 앞에서 충돌해 유혈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를 주류언론들이 앞다퉈 보도하면서 전국적 이슈가 됐다.
그 후 언론들은 저마다 ‘의견’을 내놓았다. LA타임스 역시 지난 6일 이 논란과 관련해 사설을 게재했다. ‘트랜스젠더 고객들도 다른 모든 고객들과 동등한 권리를 갖고 있다’는 제목이다. 성소수자들의 스파 출입 권리를 옹호하는 내용이다. 글의 일부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 누구도 절대적 편안함을 누릴 권리는 없다. 스파 안에서도 보이는 모든 것들로부터 완벽한 편안함은 보장되진 않는다. 그러니 (만약 편안하길 원한다면) 신체를 가리도록 한 규정을 둔 스파 업소를 찾아가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차별금지법은 누구나 어디에든 환영을 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 우리가 편하든 불편하든 말이다.”
누구에게나 평등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글쓴이가 간과한 사실이 있다. 보호해야 할 주체가 빠졌다.
이 경우엔 찜질방에 있던 아이들이다. 트랜스젠더의 존재 자체가 아이들에겐 위협이 될 수 있다. 세상 어떤 부모가 알몸의 남성이 성기를 드러내고 다니는 곳에 어린 딸을 데리고 가겠는가. 더군다나 트랜스젠더가 맞는지 여부도 확인할 길이 없다. 만에 하나 소아성애자가 트랜스젠더를 가장해 여탕에 출입한다면 상상조차 끔찍하다.
위 스파를 이용한 한 여성 고객이 지난해 남긴 이용 후기는 아찔하다. 이 여성 역시 여탕 안에서 트랜스젠더가 성기를 드러내고 다니는 것을 목격했다고 했다. 순간 불편했지만 참을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경악했던 순간이 있었다고 했다. 문제의 트랜스젠더가 함께 온 친구에게 자랑삼아 하는 말을 우연히 듣게 되면서다. 스스로 여자라고 주장해 여탕에 들어온 이 트랜스젠더는 본인이 지금까지 100명도 넘는 여자와 성관계를 했고, 성관계 중 긴장을 풀기 위해 코카인이나 LSD 같은 마약을 종종 한다면서 낄낄거렸다고 한다.
이 여성은 “내 상식으로 그는 트랜스젠더가 아니라 ‘변태’였다”면서 “업소가 남자임이 분명한 트랜스젠더의 여탕 출입을 막을 수 없다면 여성 고객들은 이 업소를 갈 수가 없다. 여성들을 보호해달라”고 했다.
권리가 충돌할 때 해결 방법 중 하나가 ‘보다 중요한’ 혹은 ‘우월한 이익’을 보장하고 덜 중요한 이익은 유보하는 것이라고 한다.
찜질방 사건에서 ‘보다 중요한’ 이익의 주체는 절대적 약자인 아이들이다. 트랜스젠더도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사회적 소수이지만 아이들과 비교할 때 약자가 될 수 없다. 약자를 보호해야 하는 건 법 이전에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윤리적 의무다. 의무의 법률적 정의를 쉽게 풀어쓰면 이렇다고 한다. 의무는 ‘해야만 하는 행위’다.
정구현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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