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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7월의 축제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던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두렴

지금은 거의 잊고 잊었지만 내가 유일하게 외웠던 시 두 편 중 하나인 이육사의 ‘청포도’란 시 전문이다. 7월의 축제가 시작되었다. 나는 7월을 인생의 청장년인 30대로 푼다. 봄에 뿌린 씨가 싹을 피우고 따사로운 햇살과 간지러운 미풍, 정성 어린 바람막이로 뿌리를 내린다. 카뮈의 ‘이방인’에서 주인공 뫼르소는 아랍인을 향해 총을 쏘게 된 이유를 ‘태양 때문’이라고 진술한다.

카뮈의 고향인 프랑스령 알제리는 지중해에 속한 북아프리카에 있다. 이곳의 바다와 태양은 카뮈에게 마르지 않는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7월의 태양에 불이 붙었다. 타오르는 열정은 한 번씩 소나기를 그리워한다. 과실은 알알이 영글어가고 곡식은 탱탱하고 야무지게 자라고 있다. 우리네 삶도 기쁨을 잉태하고 충만을 기원한다. 햇살의 파편은 거짓을, 부정을 태워버린다. 생의 응달, 아픔과 고통, 슬픔을 말려버린다.

생의 절정을 향해 치닫는 생명의 박진감에 숨이 가빠온다. 이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그들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뽐내기 위해 7월의 태양을 깊숙이 들여 마신다. 7월의 정기는 돌멩이에도 돌 꽃을 피우게 만든다. 세상에는 웃음이 가득, 하늘에서는 파랑이 뚝뚝, 대지에는 녹음이 충만하다. 7월은 수줍은 소녀가 성숙한 여인으로 변하는 미세한 속삭임으로 가득하다. 가끔 귀를 기울이면 초록이 그렁그렁 눈물 떨구는 소리도 들려온다. 7월이 되면 뉴요커들은 바다로 뛰어나간다. 그들은 태양 빛이 날카로울수록 신명이 난다. 여름에 피부를 구릿빛으로 달구는 것이 일상이다.

며칠 전에 한국 가게에 들린 적이 있다. “토시가 신상품인데 하나 사세요” 한다. “그게 뭔데요” 하고 물으니 나를 위아래로 훑어본다. “살 타지 않게 하는 팔 가리개예요”라고 설명하기에 “오 한국 사람들이 하는 거죠.” 한국말을 하는 나른 보고 “한국 사람 아니세요?” 톡 쏘기에 얼른 그 자리를 떴다. 한국인들은 유독 햇빛을 싫어하지만, 미국인들은 햇빛만 보면 흥분한다.

몇 년 전에 뉴질랜드에 다녀왔다. 섬나라이니 자연히 경관이 수려하다. 시민들 모두 바다 스포츠를 수준급 이상으로 즐긴다고 한다. 햇빛이 좋고 바람이 잔잔한 날은 학교나 직장에 결석과 결근이 반 이상인 날이 일상화되었다고 들었다. 인생의 청장년인 7월은 두려움 없애주고 속이 알알이 익어가는 계절이다. 자연을 최대로 즐길 수 있는 여름이 아닌가. 태양, 바다, 숲, 나무, 과일, 야채는 우리를 풍요롭고 넉넉하게 만든다. Amor Fati! 니체의 사상으로 인간의 필연적 운명을 감수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라! 그것이 인간 본래의 창조력을 키우는 사랑이다.

지난 수개월 동안 억압과 제한으로 고통스러웠던 스트레스를 맘껏 풀어버리고 7월의 축제를 마음껏 즐겨보자. 당신은 충분히 누릴 자격이 있다.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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