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시카고 사람들] 은퇴 후 의료 통역하는 이선비씨

“집 근처 미시간호변이 제일 좋아요”

“집에서 가까운 미시간 호수가 제일 좋아요. 가을에 길슨파크에 가서 한적한 벤치를 배경으로 바라보는 미시간 호수는 정말 최고죠.”

이선빈(72•사진)씨는 윌멧에 산다. 자녀들이 성장한 후 윌링으로 이사 가 18년을 살다가 예전 윌멧집으로 다시 컴백했다. 윌멧에 살면서 가장 좋은 점은 미시간 호수와 가깝다는 것. 사람들이 붐비는 여름철이 아니라 인적이 드문 가을이 호수의 진면목을 즐기기에 제격이라고 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노모와 아들이 함께 벤치에 앉아 있던 어느 해 호변이었다. 이 씨는 “낙엽이 떨어진 벤치에 나이가 지긋한 어머니와 아들이 오붓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었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선명한지 지금도 가끔 생각납니다. 겨울날 눈이 쌓여있는 곳에 아이가 두고 간 장갑이 쓸쓸하게 놓여져 있었는데 주인 잃고 처량했던 장면도 떠오르고요”라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되면 서예를 즐기고 학창 시절부터 쓰던 일기도 계속 적고 있다. 길게 쓰기보다 주요 사항 위주로 짧게 짧게 적는 일기는 가끔 꺼내보며 추억을 회상하는데 그만이다.

이 씨는 현재 의료 통역을 하고 있다. 전문 에이전시에 소속돼 일주일에 3~4일 정도 러쉬병원 등을 찾아 한인들 중에서 통역이 필요한 이들을 돕는다. 병원 통역은 환자가 요청하지 않아도 병원측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에이전시를 통해 연락이 온다. 발달장애가 있는 한 한인 젊은이가 몸까지 다쳐 어려움을 겪을 때 함께 하기도 했고 남에게 터놓지 못한 개인정보를 알려주고는 계속 통역을 부탁하는 한인들도 있었다.

1976년부터 40년간 간호사로 일했고 응급실에서만 26년 일하면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참으로 다양한 상황을 접했다는 그는 우연한 기회에 시카고에 정착했다. 친구 부탁으로 미시간 주에 다니러 왔다가 친구와 함께 무작정 시카고행을 결정했다. 일을 찾기 위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병원을 찾다가 같은 날 취업했는데 알고 보니 거짓말처럼 같은 병원이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하느님이 도왔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 씨는 남매를 뒀는데 각각 보잉사 인사과와 로펌에 근무하고 있다. 시애틀에서 근무하던 아들이 곧 시카고로 이주하면 다시 모이게 된다고 설렌 표정을 지었다.

이 씨는 “딸이 결혼식을 올렸던 이탈리아의 로마와 소렌토, 피렌체, 밀라노가 기억에 남아요. 화려하고 어마어마한 규모의 자연 경관은 아니더라도 인생을 즐길 줄 알며 낙천적인 사람들이 각박한 세상살이 속에서 두드러져 보였나 봐요”라며 다시 여행을 떠날 날을 고대하고 있다.


Nathan Park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