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앤젤라 오] 조정관의 삶, 불공정을 공정으로 바꾼다

남기고 싶은 이야기 <제5화> '한인사회의 대변인' 앤젤라 오 변호사
<10> 끝나지 않은 여정·끝

한인 사회의 대변인 앤젤라 오 변호사의 여정은 진행중이다. [김상진 기자]

한인 사회의 대변인 앤젤라 오 변호사의 여정은 진행중이다. [김상진 기자]

한인 출소자 재활 돕고
난민 지원 봉사활동도
한인사회 돌아와 기뻐
“민족학교 성장 도울 것”


2021년 6월 25일. 조지 플로이드 목을 무릎으로 눌러 질식사시킨 혐의로 기소된 전 미니애폴리스 경찰관 데릭 쇼빈(45)에게 22년 6개월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플로이드가 사망한 지 1년 만에 나온 결과다. 아스팔트 바닥에 얼굴이 짓눌려 숨을 쉴 수가 없다며 살려달라고 외쳤지만 이를 외면하고 웃고 있던 이 백인 경찰은 앞으로 전체 형량의 3분이 2인 약 15년을 복역해야 가석방될 수 있다.

교도소에 남게 되는 쇼빈은 안전 문제를 이유로 일반 수형자들과 함께 지내는 대신 별도의 공간에서 수형 생활을 마칠 것이다. 항소를 통해 그의 형량이 감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까지 진행된 재판 내용과 판결을 보면 미국이 흑인의 사망에 대한 책임을 지려 하는 모습이 보인다. 소수인종을 대하는 미국인들의 인식 변화를 예고하는 것일까.

#불공정한 사건을 중재하다



오 변호사의 LA폭동에 대한 기억을 담은 포토 에세이 표지.

오 변호사의 LA폭동에 대한 기억을 담은 포토 에세이 표지.

미국 사법 시스템에는 변호사와 검사, 판사 외에 또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조정관(Mediator)이다. 재판이 시작되기 전까지 원고와 피고인 사이에서 합의를 끌어내는 임무다. 조정관은 많은 법률적 경험이 필요하다. 양쪽이 원하는 합의를 끌어내려면 원고가 소송을 제기한 이유와 이로 인해 파생할 일들을 파악해야 하고 반대로 피고인의 입장과 억울한 점 등을 듣고 중재해야 하므로 주로 은퇴한 변호사나 검사, 판사들이 일한다.

내가 2013년부터 선임 조정관(Senior Attorney Mediator)으로 일하는 캘리포니아주 공정채용주택국(DFEH)에 접수되는 케이스는 대부분 ‘불공정’이 이유다. 채용 절차에서, 근무 환경이, 집을 계약할 때 등 불공정한 대우를 받은 주민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신고한다. 주 정부는 접수된 케이스를 조사한 후 개인을 대신해 소송을 제기하기도 하고 조정관을 통해 양쪽이 합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조정관에게 넘겨지는 케이스는 예민한 내용이 많다. 지금 맡은 케이스 중 한 건도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인종차별과 관련돼 있어 극도로 조심하며 중재하고 있다.

#새로운 출발을 돕다

얼마 전 수형 생활을 마치고 사회로 돌아온 한인을 만났다. 오랫동안 내가 봉사하고 있는 비영리기관의 프로젝트를 통해서였다. ‘프리즌투플레이스’로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출소자의 재활을 돕는 곳이다. 내 기억 속의 그는 앳된 얼굴이었는데 눈앞에는 30대 중반의 성숙한 남성이 있었다. 그는 자신처럼 젊었을 때 감옥에 갔다가 풀려난 이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의 열정이 뜨거웠다.

가주는 장기 수형 생활을 마친 이들이 사회로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석방되기 최소 6개월부터 1년까지 준비를 시킨다. 생활에 필요한 각종 시스템 사용법도 교육하고 일부이지만 렌트비 지원도 한다. 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출소자도 있다. 사기죄에 연결된 범죄자가 그렇다. 이들에게는 경제적인 도움이 전혀 없다. 이민자가 비도덕적 범죄를 저지를 경우 추방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무리 주 정부가 지원해도 가족이 없는 출소자는 갈 곳이 없다. 게다가 일자리를 찾는 건 전적으로 개인적인 영역이다. 결국 경제적으로 힘들고 새로운 기회를 찾지 못하는 이들은 삶을 포기하고 다시 범죄의 길로 돌아간다.

2000년대 초 만난 김모(당시 19) 군이 그랬다. BMW 스포츠카를 운전하고 내 사무실로 찾아온 그는 처음엔 마약 복용 혐의로, 두 번째는 강도, 세 번째는 마약판매 혐의로 감옥을 수차례 들락거렸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부모덕에 생활은 풍족했기에 김군은 체포되면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맞벌이로 바쁜 부모에게서 제대로 도움을 받지 못했고 친구들에게도 외면당했다. 김군은 내게 찾아와 “다시 감옥에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교도소 생활이 더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흑인 사회는 수형 생활을 마치고 출소한 이들의 사회적응을 돕는 기관이 많다. 한인 커뮤니티가 생각해 볼 문제다.

#다시 한인사회로 오다

나는 지금도 한인 커뮤니티를 위해 일하는 것이 좋고 즐겁다. 지난 2016년부터 이사로, 또 지금은 이사장직을 맡은 민족학교도 그중의 한 단체다. 최근 민족학교의 직원들이 미국 노조에 가입했다는 뉴스가 한인 커뮤니티에 이슈가 됐다. “비영리단체가 노조라니…”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는 단체가 자신들의 일자리와 월급을 위해 싸운다”는 등의 말들이 쏟아진다.

미국에 노조법이 생긴 건 1930년대다. 당시에는 아동 노동 착취 등의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해 마련됐다. 초창기 막강했던 노조는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맞추지 못하고 동력을 잃어갔다. 현재 미국 전체 노동자의 6%만 노조에 가입돼 있다.

민족학교 이사장으로 변호사로 나는 노조 활동을 지켜볼 생각이다. 한인 커뮤니티에도 민족학교는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좋든지 나쁘든지.

#아직 남은 여정

이번 주말에도 롱비치를 가야 한다. 지난해 멕시코 국경에서 데려온 과테말라 출신 난민 가족의 일자리를 찾았기 때문이다. 청소일이었지만 1주일에 몇백 달러라도 벌면 일단 먹고 살 수는 있을 것이다. 이들이 살 집도 알아보고 있는데 렌트비가 만만치 않다. 내가 매달 후원하는 금액으로는 어림도 없어 아무래도 친구에게 후원을 부탁해야 할 것 같다.

이들 가족은 국경에 머무는 난민들을 후원하는 단체에서 법률고문으로 자원봉사하다가 만났다. 막상 데려왔지만 갈 곳이 없는 이들 가족을 친구에게 잠깐만 데리고 있어 달라고 떠맡기다시피 한 게 벌써 수개월째다. 만나서 말도 못하는 코로나19팬데믹 기간이었지만 이 친구는 흔쾌히 부탁을 들어줬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난민을 내 차에 태워 국경을 넘을지 모른다. 또 얼마나 많은 한인 출소자를 만날지 모른다. 그래도 좋다. 아직 내겐 에너지가 있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심장이 있다.

한인 재소자 현황

연방 법무부가 2010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안 재소자는 전체 아시안 인구의 1.5%로, 인구 10만 명당 210명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숫자상으로는 약 19만 명이 넘는 규모다. 다른 인종의 경우 백인은 인구 10만 명당 450명, 히스패닉은 831명, 흑인은 2306명이다. 또 연방 교도소에 수감된 아시안은 2021년 6월 19일 현재 2289명이다.

가주내 한인 재소자에 대한 가장 최근 통계는 2005년 가주교정국이 공개한 국가별 재소자 통계로 당시 한인 재소자는 216명이었다. 이중 60%인 129명이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추방대상자로 분류됐다. <2005년 3월 18일 A-1면>

그해 2005년 하와이대의 카렌 우메모토 교수와 앤젤라 오 변호사가 발표한 ‘아시안 재소자 재수감률’이란 제목의 논문에 따르면 아시안 재소자의 절반 이상이 27세 미만으로 파악됐다, 가장 많은 연령대는 18~22세로 전체 아시안 재소자의 31%를 차지했다. 또 다른 인종에 비해 살인, 과실치사, 폭행, 강도 등 강력범죄 비율이 높았다. 당시 주 및 연방교도소 수감자 조사에 따르면 아시안 재소자의 56%가 폭력범죄로 투옥됐다. 전체 재소자는 48%가 폭력범죄에 연류됐다. 반대로 전체 재소자의 64%가 재산 및 마약 관련 범죄로 투옥중이었지만 아시안 재소자는 39%로 2배 가까이 낮았다.

아시안 출소자의 재수감률도 높다. 출소자의 42.7%가 다시 체포됐고 47%가 재수감됐다. 흑인의 경우 각각 80%와 73.9%, 백인은 각각 68%, 63%로 나타났다.


장연화 기자 chang.nicole@koreadaily.com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