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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일 시론]정국의 태풍의 눈, 선거법 소송

조지아가 또 미국 정치권의 태풍의 눈이 됐다. 연방 법무부가 최근 조지아주정부를 상대로 위헌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투표법인 ‘SB 202’의 일부 조항이 소수계의 투표권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는 이유다.

워싱턴 정가에선 이 소송은 이미 예측된 수순이라고 입을 모은다. 백악관과 민주당은 당초 연방 차원의 선거법 개정을 통해 공화당이 주도하는 주의 투표권 제한 움직임을 저지하려 했다. 하지만 공화당이 상원에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절차인 필리버스터를 사용하는 바람에 사실상 수포로 돌아갔다.

소송은 플랜B이다. 이번 소송은 연방의회의 선거법 개정 시도가 무산된 뒤 조 바이든 대통령이 투표권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조처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처음 이뤄진 행동이기도 하다.

하필이면 왜 조지아일까? 이 곳은 전통적 공화당 텃밭이었지만 지난 대선에서 28년만에, 올 1월 치러진 상원 결선 투표에서도 24년만에 민주당이 승리하면서 블루 웨이브로 바뀌었다. 앞으로도 요주의 ‘스윙 스테이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공화당 입장에서도 다시 탈환해야만 하는 고지다. 마침 대선에서 우편투표의 투표자 확인 문제를 놓고 부정선거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조지아 주 정부와 공화당은 앞으로 발생할 부정 시비를 차단한다는 명분으로 부재자 투표 신원 확인 요건을 강화하고, 이동식 투표함 사용을 제한하는 등 투표 절차를 강화하는 입법을 완료했다. 발 빠른 행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흑인을 비롯한 지지층의 투표를 어렵게 만들려는 시도로 간주, 강하게 반발했다. 우편투표가 늘어나면 투표소에 잘 오지 않는 흑인, 히스패닉 등 유색 인종의 투표 참여가 늘어나 결국 민주당에 유리해진다는 판단이 깔린 것이다.

투표권 제한법이 처리된 곳은 조지아뿐만 아니다. 민주당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30여개 주에서 선거법 개정이 공화당 주도로 추진되고 있다.

이런 흐름이 계속된다면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으로선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 어떤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민주당은 정국을 장악하기 위한 첫 승부처를 이번 소송전에서 찾는 듯하다. 여기서 밀리면 내년 중간 선거에서 기껏 어렵게 구축해 놓은 블루웨이브가 무너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대해 공화당도 강수로 맞서고 있다. 오히려 “민주당은 연방 법무부를 무기로 삼아 극좌 주의자들의 아젠다를 통해 선거의 투명성을 훼손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동안 조지아의 선거법 개정에 대한 후폭풍은 컸다.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는 선거법 개정 항의 표시로 올해 올스타전 장소를 애틀랜타에서 콜로라도 덴버로 바꿨다.

산업계에서도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공화당과 대기업 사이에 갈등의 기폭제가 된 것은 물론이다. 실례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조지아에 본사를 둔 코카콜라와 델타항공 역시 투표권 제한에 반대하라는 소비자의 의견을 수용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명분은 있다. 투표권은 민주주의의 근본이고, 미국의 역사는 투표권을 모든 시민에게 확대하는 과정이라는 것. 특히 흑인들은 그 권리를 위해 100년 넘게 행진하고, 싸우고, 심지어 목숨을 바쳐야 했다.

그렇지만 세상만사 모든 이치가 그렇듯이 사전투표 요건 강화는 동전의 양면이다. 유권자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요건을 완화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그만큼 더 확실한 감시체계를 갖추지 않으면, 부정선거의 개연성은 더 높아진다.

다시 말해 선거요건을 엄격하게 강화한 것 이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게 공화당 지지자들의 반응이다. 많은 정치학자들도 실제 조사를 바탕으로 투표 기한 단축과 투표 결과는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과연 이번 선거전에선 미국유권자들은 누구의 명분에 낙점을 할까? 여론의 향방에 따라 이번 소송이 ‘찻잔 속의 태풍’이 될 수도, ‘’별의 순간‘이 될 수도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다음 행마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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